등록날짜 [ 2013-06-12 10:10:40 ]
올리버 색스 著/ 알마
40대 중반인 한 남자가 있다. 헤르페스 뇌염을 앓아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깨어 있는 매 순간 처음 본 것 투성이다. 거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
그가 20년 넘게 병으로 고생하는 동안 부인은 남편의 삶이 무너지지 않게 사랑으로 지탱했다. 그가 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은 기적이었다.
또 다른 기적은 그에게 음악 능력이 온전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병에 걸리기 전, 그의 직업은 저명한 음악가이자 음악학자였다. 그는 기억 상실증에 걸렸지만 예전처럼 능숙하게 암보하고, 피아노와 오르간을 연주하며, 노래와 합창단을 지휘했다.
그러나 음악이 멈추면 다시 낯선 장소에 툭 떨어진 사람이 된다. 하지만 연주하는 동안만큼은 정상인으로 보인다.
소설 같은 이 이야기가 『뮤지코필리아』에 담겨 있다. 이 책 저자는 신경과 전문의로 40년 동안 음악의 위력을 임상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 실로 다양한 부류에 속한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음악과 무관했던 남자가 벼락을 맞고 갑자기 음악을 사랑하고 피아노를 배우며 작곡까지 하게 된 사연, 음악 환청에 시달리는 사람들, 라장조 음악을 들으면 파란색이 보이는 작곡가, 지능지수는 백치이지만 음악 능력만은 출중한 윌리엄스 증후군 아이들.
특히 절대음감의 소유자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절대음감이 있으면 어떤 음악이든지 정확한 음높이로 부르고 적을 수 있다.
“절대음감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첫째, 사람들 대부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지각영역, 완벽히 다른 감각질(Qualia)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둘째, 음악성이나 다른 어떤 것과도 선천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외톨이 능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전자와 경험이 어떤 상호 작용을 통해 그런 능력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199쪽).
저자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묘사한 이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기능을 넘어 질병을 치료하는 영역까지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 상실증으로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이 노래, 연주, 지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음악은 과거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걸까? 성경은 다음과 같이 일러 준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43:21).
음악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직접 명령하신 영원토록 수행할 사명이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4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