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10-15 13:18:46 ]
바실레아 쉴링크 著 / 쉴터
기독교 마리아 자매회 설립자인 바실레아 쉴링크는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갈망과 불타는 기도의 응답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쓰디쓴 그 고뇌의 길을 마음으로 느끼며, 함께 가게 하소서’라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목요일 밤 손수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 심히 떨리는 영혼으로 겟세마네로 향하시는 예수님으로부터 유다의 배신으로 붙잡혀 갖은 수모와 조롱을 당하시고 폭도로 변한 유대민족의 요구대로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도살장의 양처럼 십자가에 달리시고 운명하시기까지를 세밀화처럼 적고 있다.
10여 년 전 멜 깁슨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the Christ)>가 오버랩 되는 책이다. 12시간 동안 시종일관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밀도 있게 그려서 더 참혹한 피로 얼룩진 영화였다. 그런데 이 책은 앞의 영화보다 더 깊이 있고 더 강하게 옭죄며 끝내는 죄를 토설하게 한다. 읽는 내내 온 몸이 얼마나 긴장으로 혹사당했는지 모른다. 신음이 나오고 눈물이 흐르고 온몸이 전율로 떨린다.
“지금까지 무거운 짐을 지시고 여기까지 오신 예수님은 더 이상 그 돌을 넘어가실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사형집행인들이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밀어대자 예수님은 그 앞에 놓인 돌에 걸려 넘어지셨습니다. -(중략)- 예수님은 일어서시기 위해 손을 내밀며 도움을 구했으나 아무도 그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마치 눈앞에 보는 듯 생생한 묘사는 기도 중에 주님께서 내적인 눈으로 그분의 고난을 보게 해 주신 안나 까따리나 엠머리히의 보고를 인용하고 있다.
긴장감 속에 질주하는 책은 각 챕터마다 회중찬송이 있고, 성경 본문에 대한 묵상과 묘사가 이어지고 회중기도가 뒤따르는데 그건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며 끝내 ‘아멘’이라고 고백하게 한다. 믿지 않는 세상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교회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나는 그들과 다르다고 최면 걸 듯 살아온 나를 CT 촬영하듯 속속들이 까발린다. 죄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도무지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어서 한없는 사랑으로 주님이 친히 그 저주의 십자가로 속량해 줄 수밖에 없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나의 주 예수님, 아, 저를 쳐다보아 주십시오. 그때 베드로처럼 저 역시 애통해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그리고 주를 사랑하며 핍박의 때에 주를 슬프게 해드리지 않도록 기도드립니다. 아, 저를 그 슬픈 눈빛으로 쳐다봐 주십시오.”(p86)
‘당신 곁에 머물겠습니다’는 고백은 다시 말하면 ‘목숨 들고 주님 편에 서겠습니다’일 터이다. 은혜 받고 처음 주님께 드렸던 고백을 오늘 다시 부여잡는다.
글/정성남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5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