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5-13 10:33:31 ]
존 러스킨 著 / 아인북스
이 책은 19세기 영국의 사상가인 존 러스킨이 경제학에 관하여 쓴 논문 네 편이다. 러스킨은 인간이 단지 숫자를 세는 기계가 아닌, 영혼이 있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부’를 정의하려고 했다. 경제학은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뺏어 내 주머니를 채우는 방법을 다룬다. 그러나 러스킨은 인간이 지닌 애정이 기존의 이기적인 경제학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1편 ‘명예의 근원’에서는 사회에서 ‘명예’를 지닌 의사, 법관, 군인의 직분과 상인의 직분을 비교했다. 의사는 자기 생명을 내걸고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법관은 의로운 판결에 목숨을 걸어야 하며, 군인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다. 상인은 순도 높은 물건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국민에게 공급하는 일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 명예의 근원은 ‘돈’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제2편 ‘부의 광맥’에서는 ‘부’라는 이름 뒤에 감추인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은 타인에 대한 지배력이라고 말한다.(p89). 그러나 ‘부’는 도덕성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 저자는 인간다운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부의 광맥’이라고 결론짓는다.
제3편 ‘지상의 통치자들이여’에서는 노동에 대한 합법적이고 정의로운 금전적 보수에 관하여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였다.
제4편 ‘가치에 따라서’에서는 생명에 유익한 것이 진정한 가치가 있으며(p183), 가정에서부터 ‘생명’의 유익을 고려하는 경제생활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책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몇몇 사례는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강단에서 순교자가 나오듯 시장 거리에도 순교자가 나온다”(p70)라는 구절이 상인이라는 직업을 고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예로부터 사회는 상인을 천대하여 상인이 상인의 직분을 고귀하게 감당할 수 없게 했다. 상인이 ‘돈’보다 ‘직분’을 올바로 감당하고자 할 때 경제학의 정의가 실현된다는 러스킨의 주장에 공감했다.
또 제4편 ‘가치에 따라서’에서 인간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려고 노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만물에 감사하며, 천국의 복을 소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깊은 감사를 느꼈다(p247). ‘생명의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아름다운 자연, 사랑하는 가족, 평범한 일상에서 하나님께 느끼는 모든 감사가 다 생명에 유익이 되는 소중한 재산이다. 이 재산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으며, 다른 무엇보다 사람을 부유하게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19세기에 러스킨이 ‘취업난’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러스킨은 일자리 없이는 누구도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일자리는 꽤 값이 나가는 사치품이라고 비유했다(p158). 일자리에서 얻은 부를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사용한다면 무엇보다 더 좋은 ‘부’를 얻을 수 있다.
/글 김수빈
위 글은 교회신문 <38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