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9-22 11:58:23 ]
김훈 著 / 문학동네
올여름에 개봉한 영화 ‘명량’ 때문인지 대한민국은 이순신 열풍을 맞고 있다. 이순신은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듯,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선을 향해 초라한 숫자의 배를 몰고 나가 세계 해전사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승을 거둔 명장이다. 전쟁 중에도 정치 모략을 당해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며, 전쟁 중에 장렬히 전사한 위대한 인물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조선 수군의 수장으로 일본 수군의 이동을 저지하고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였다. 그러나 조정의 모략과 선조 임금의 의심은 그의 공을 치하하는 대신 관직을 빼앗고 백의종군하게 했다. 소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한 1597년 이후 전선에 다시 나가 노량해전에서 총탄에 맞고 숨진 1598년까지 약 2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편소설 『칼의 노래』는 전기소설이 아닌, 소설 특유의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이 어우러져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 자신이 1인칭 시점이 되어 삶과 죽음의 엇갈림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한 인간으로서 나라를 살리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독자로 하여금 시공간을 초월해 마치 이순신과 함께 고뇌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동행하는 먹먹한 감정을 섬세하게 느끼게 한다.
그 때문에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 당시 『칼의 노래』가 지닌 작품성에 대한 이견이 전혀 없었다. 작가 김훈은 『칼의 노래』라는 소설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지닐 윤리,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 등을 이야기하고 적이 배 330척으로 쳐들어올 때 우리에게 12척밖에 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대의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했다.
이순신이 위대하다는 사실은 형언할 수 없는 육체적 고단함 가운데서도 매일매일 치열한 기록 정신에 따라 난중일기를 남겼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생사를 걸고 싸우던 전장의 긴박감과 함께 가족, 친지, 동료, 부하들과의 소소한 일상까지 챙겼다는 점과 끊임없이 일어나는 내적 갈등에서도 무신으로서 충(忠)을 다하고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 장군의 글귀에서 나타난다.
책을 읽는 내내 ‘크리스천들은 삶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마음에 떠올랐다. 주님 앞에 서는 날 마귀 사단의 그 어떤 공격에도 신자로서 피의 사랑(愛)을 지키고자 우리 역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글 김경희
위 글은 교회신문 <40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