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분 차별 속 지식인의 아픔

등록날짜 [ 2014-11-24 17:24:20 ]


시마자키 도손 著 / 문학동네

소설
파계는 제목만 들으면 종교적 이야기라고 짐작하겠지만, 아버지의 계율을 어긴 젊은 지식인의 고뇌가 주된 줄거리다. 파계는 시마자키 도손의 첫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이다. 일본 나가노 현에서 6년간 교사로 근무한 그는 1906파계를 발표해 자연주의 문학의 선구자가 된다.


파계1900년 초에 일본에서 발표된 책이라 배경과 사상이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가 난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백정 출신을 신평민이라 칭하며 차별했다. 신평민에게는 말 한마디 건네는 법이 없고 숙소도 따로 쓰고 무시하며 싫어했다.

주인공 우시마쓰의 아버지는 신평민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외딴곳에 숨어 살면서 자식을 키운다. 신분을 속여 주인공이 고등교육을 받게 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키운다. 우시마쓰는 자라면서 본인의 출신을 알게 되지만 신분을 철저히 숨기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려 한다.

소설은 우시마쓰가 렌게사라는 절에 하숙하려고 오는 것으로 출발한다. 전에 있던 하숙집에서 백정 출신 부자가 아파서 잠깐 묵었는데 하숙생들이 반발하여 부자를 쫓아내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시마쓰는 이것에 화가 나서 하숙을 옮긴다.

우시마쓰는 소학교에서 학생들을 사랑하고 실력이 뛰어난 선생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이 백정 출신인 사실을 숨기고 산다. 늘 마음속에 아버지의 유언을 되새기지만 자신이 백정 출신인 것을 잊지 않는다. 소설에는 백정 출신 사상가인 렌타로가 나온다. 우시마쓰는 렌타로가 쓴 책을 읽은 후 백정이라는 차별을 이기고 살아가는 그를 존경한다. 우시마쓰를 시기 질투하던 교사들이 렌타로와 관련하여 그를 의심한다. 소설에는 우시마쓰의 수많은 갈등과 번뇌가 나타난다. 우시마쓰는 결국 파계라는 제목처럼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자신이 백정이라고 고백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신분제 사회에서 하층민이 겪었을 아픔을 많이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신분제가 없어진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보이지 않는 신분의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갑과 을 관계도 어떻게 보면 족쇄처럼 우리를 죄어 온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은 마냥 아프기만 하다. 신분을 숨겨야만 하는 계명을 어긴 파계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 상대를 존중했으면 좋겠다. 소설을 읽는 내내 신분 차별로 고뇌하는 주인공 심정에 공감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주님께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 사랑을 받은 우리도 주님처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나를 낮추고 나보다 남을 더 낫게 여기는 마음으로 사랑해야 한다. 어떤 신분의 소유자이든 예수 안에서 한 형제, 자매가 된 우리는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글 오태영

위 글은 교회신문 <4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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