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12-29 14:12:35 ]
신상진 著 / 삼인
학교 폭력은 아이가 부모에게 쉬 털어놓을 수 없는 고통이다. 아이가 말하지 않으면 부모는 눈앞의 아이가 매일 고통을 겪어도 나설 수 없다. 뒤늦게 알게 되더라도 가해학생과 그 부모, 학교, 상담센터, 경찰 등 도움을 청해 볼 수 있는 모든 곳,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봐도 고비마다 벽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폭행, 협박, 감금으로 이어지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일탈에 이르고 부모와 학교, 가족 그리고 온전한 삶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던 한 아이와, 그 아이를 보호하지 못한 부모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이를 되찾고자 애쓰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렸다. 3년 동안 실제로 겪은 일들을 쓴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사건기록일지와도 같다.
첫 번째 ‘내 아들을 고발합니다’는 은행 CCTV를 통해 부모의 카드를 훔쳐 돈을 인출하는 아이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부모 돈에 손을 댄 것이 처음이 아니고,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고치려 해 봤지만 도벽이 고쳐지지 않자 결국 어머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내 아들을 고소할 수 있나요?”
두 번째 ‘잘못 디딘 수렁’에서는 아이가 어떻게 학교 폭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먹이가 되어 가는지 과정이 소상히 드러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문구는 별로 없다. 어쩌면 그만큼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삶 가까이에 숨어든 것일까. 절망의 끝에서 저자는 기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고통의 밑바닥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해학생을 피해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이제 제자리를 찾았나 싶은데 ‘후폭풍’이 시작된다. 상처를 치료하려면 상처 난 부위를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법. 자기만의 방법으로 제자리를 찾으려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는 아이보다 배나 더 아프고, 다른 가족은 자신들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으며 함께 고통을 겪어 낸다.
‘그리고 지금’에서는 지난한 여정을 거쳐 돌아온 ‘평범한’ 일상이 소개된다. 가족이라는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얻게 된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한다.
“가족의 건강함은 회복력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품고 가는 것. 지키지 않는 약속에 화를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 가운데 살아서 성장하는 것이다.”(191쪽)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덧붙인다.
“이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는 말씀을 진실로 믿는다. 상징으로만 생각하던 ‘부활’의 의미가 다가온다. 가족이지만 이제는 마주 보고 웃을 일이 없을 것 같던 그 시간들과 지금을 비교해 보며 부활의 의미를 깨닫는다. …신앙의 역설은 내가 해 볼 수 있는 걸 다 해 보았다 느낄 때 다가왔다.”(195쪽)
/김영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4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