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4-20 13:25:56 ]
C.S. 루이스 著 / 홍성사
『시편 사색』의 저자인 C. 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저술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학자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무신론자이던 그는 서른 살 무렵 회심한 이후, 뛰어난 필력으로 기독교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 주어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론자’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시편 사색』은 저자가 시편을 읽으면서 느낀 상념을 독자들과 나누려고 저술한 책이다. 그는 먼저 ‘아마추어’의 관점에서, 시편을 논리적 연관성보다는 정서적 연관성을 담은 시로서 읽어 나간다. 이에 따라 저자는 『시편 사색』 전체 열두 개의 장(章)중 아홉 개의 장이라는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문학작품으로서 시편을 읽은 감상을 설명한다.
저자와 달리 개인적으로는 시편의 ‘두 번째 의미’를 다룬 마지막 세 장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저자는 시편이 기독교의 진리를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면서, 시편이 단순한 문학으로서의 ‘첫 번째 의미’를 넘어선 ‘두 번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시편에 대한 기독교의 전통적인 독법이라고 덧붙인다.
시편 110편은 ‘두 번째 의미’를 담은 대표적인 부분이다.
“여호와께서 시온에서부터 주의 권능의 홀을 내어 보내시리니 주는 원수 중에서 다스리소서”(시110:2).
시편 110편은 전쟁을 앞둔 왕의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시편 110편과 그리스도가 연결되는 점 두 가지를 찾아낸다.
첫 번째는 예수께서 시편 110편 1절을 인용하시면서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다”고 말씀하신 부분이다(막12:37). 예수께서 시편 110편과 그리스도를 친히 연결하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시편 110편 4절에서 멜기세덱을 언급한 부분이다. 족보도 부모도 없고 시작과 끝도 없는 영원한 제사장으로 묘사되는(히7:3) 멜기세덱은, 제사장인 동시에 왕이신 그리스도를 닮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시편의 두 번째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리스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시편 110편은 그리스도의 제사장적·중보자적 성격뿐 아니라, 유대인이 아닌 ‘이방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잊기 쉬운 그리스도의 왕과 정복자로서의 성격까지도 일깨워 준다. 저자는 시편 68편과 45편에서 ‘두 번째 의미’를 발견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편을 여느 성경과 다른 ‘별종’이라고 여긴 오해를 바로잡았다. 성경 전체의 통일성과 완결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시편을 이해하는 지경을 한 걸음 더 넓히고자 하는 성도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 강현명
위 글은 교회신문 <43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