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5-08-10 12:52:46 ]
정여울 著 / arte(아르테)
한때 문학청년이었음을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헤세 앓이’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만큼 유명한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50년이 훌쩍 지났다. 헤세는 지금도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 부모에게서 태어나 기독교 가풍에 영향을 받아 신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시인 이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고자 결심한 헤세는 16세 때 신학교를 자퇴했다. 그 후 서점에서 일하면서 시를 창작해 평생 동안 꾸준히 작품을 썼다. 서른 살 때는 “여기, 시인 헤세 잠들다”라는 자신의 묘비명을 작성할 정도로 시인으로서 정체성을 소중히 여겼다.
문학평론가 정여울 작가의 작품 해석과 이승원 작가의 여행사진으로 구성한 『헤세로 가는 길』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헤세가 태어난 곳, 칼프로’와 3장 ‘헤세가 잠든 곳, 몬타뇰라노’는 작가가 헤세의 유적지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에 관련 이야기를 여러 편 곁들였고 헤세의 작품에 나오는 글귀를 짤막하게 담았다. 헤르만 헤세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그의 인간적인 면에 한층 더 친숙하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인격은 환경이 열악할 때에야 비로소 숨김없이 드러난다. 그리하여 정신적인 가치나 이상적인 가치, 냄새를 맡을 수도 만져 볼 수도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개인의 태도 또한 외적인 삶의 지주가 사라지거나 깊은 충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진면목을 드러낸다.”(p.325)
헤세의 소설은 다소 진지한 주제를 다루지만 순수한 인물이 삶의 여정과 여러 사건을 겪는 와중에 자기 내면을 발견하고 성숙과 깊어짐의 과정을 지나 하나의 인격체로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통을 겪을 때에야 진정한 나다움의 실체, 내면의 어둠을 깨닫고 새로운 자아와 빛을 만난다는 주제를 다룬다.
2장 ‘헤세가 남긴 이야기 속으로’에서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룬 헤세의 작품을 독자의 관점에서 부담 없이 해석해 주어 한층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중간중간에 끼워 놓은 헤세의 그림은 책을 읽는 동안 헤세의 순수한 감성을 잊지 말라는 듯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작품 해석에 환기를 더한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쉬운 사춘기 청소년이나 청년이, 자신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한번쯤 읽어 봐도 좋은 성장소설인 것처럼 『헤세로 가는 길』도 책 제목처럼 헤세로 가는 길을 열어 주는 길목 같은 책이다. 헤세와 진정한 나다움을 찾는 한 권의 여행을 떠나 보자.
/글 최원경
위 글은 교회신문 <44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