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주관적 잣대와 다수결의 함정

등록날짜 [ 2015-11-23 13:18:26 ]


하퍼 리 著 / 열린책들

우리가 장착한 편견과 아집은 어디에서 처음 얻은 것일까
? 타인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까? 과연 그 분류법은 하나님 법 아래 진정 옳은 일인가?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나서 떠오른 생각들이다. 앵무새 죽이기1961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1930년대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하퍼 리가 쓴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카웃 핀치라는 여섯 살 여자아이다. 스카웃은 변호사 아버지 에티커스 핀치와 4살 많은 오빠 제레미와 함께 사는 평범한 소녀다. 핀치 집안은 미국 앨라배마 주의 메이콤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대대로 살았다. 아버지 에티커스는 명문가 자제로, 동네 사람들에게 점잖고, 신사 중의 신사, 어떠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는 공정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티커스는 말괄량이 스카웃에게 무조건 숙녀가 되라고 교육하지 않는다. 에티커스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교우 간 문제가 발생하든, 이웃 주민과 다툼을 하든 쟁점을 찾아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훌륭한 아버지였다.

한번은 에티커스가 아들 제레미에게 선물로 공기총을 주었다. 아버지는 제레미에게 공기총으로 빈 깡통을 쏘는 것은 괜찮지만, 살아있는 생물, 특히 앵무새를 겨냥해 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제레미와 스카웃은 왜 앵무새를 겨냥하면 안 되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앵무새는 인간의 작물을 망치지 않고 사람과 친숙하며 사람에게 절대 해를 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평범한 나날을 지내던 어느 날,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이 메이엘라 유얼이라는 백인 소녀를 강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다. 지역 판사는 톰 로빈슨을 변호할 국선 변호사로 에티커스를 지정한다.

단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소녀와 그 아버지의 진술밖에 없는 상황에서 애티커스는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허황한 말인지를 법정에서 제대로 보여 준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1930년대, 흑인에게 심한 인종 차별을 가하던 시기였다. 명백한 무죄 사건인데도, 배심원들은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톰 로빈슨에게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 이 모습에서 스카웃과 제레미는 큰 딜레마에 빠진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나자 예수 그리스도가 떠올랐다. 예수께서 죄인으로 오해받고, 유대인에게 만장일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깨어 있지 않으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며, 집단주의에 이끌려 결국 죄를 짓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는 무엇이 우리를 집단주의로 이끄는지, 또 무엇이 우리가 외모.성격.배경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인간을 배척하게끔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글 오소현 

위 글은 교회신문 <46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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