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1-11 14:23:04 ]
김진명 著 / 새움
김진명 작가는 치밀한 자료조사 끝에 작품을 써 사실인지 허구인지 혼동하게 한다. 이 같은 면모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그의 『글자전쟁』을 읽었다.
어릴 적부터 수재 소리를 듣고 자란 주인공 이태민은 오로지 돈을 위해 무기중개상이라는 직업을 갖는다. 국가 간 대립은 태민에게 그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그 후 태민은 한국에 돌아와 좋은 조건으로 취업해 승승장구한다. 그러던 중 동업자가 방산비리 혐의로 잡히면서 태민은 중국으로 도피하고,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중국에서 만난 소설가 ‘전준우’는 태민에게 USB를 남기고 피살된다. 태민은 USB 안에 있던 소설을 읽다가 그 소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비밀을 담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태민은 전준우의 죽음과 관련된 소설에서 한자에 대한 비밀을 풀어 간다.
『글자전쟁』은 액자식 구성의 소설로,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가 은나라 때의 것이고, 은나라는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은(殷)나라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에서 중국 역사로 기록되어 있지만, 고고학에서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라고 말한다. 전준우는 소설에서 한자가 우리 민족의 조상인 은나라의 동이(東夷)족이 만들었다는 것을 ‘조’라는 글자를 통해 이야기한다.
은나라는 고구려와 같은 ‘풍장’의 장례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풍장에서 생성된 글자가 ‘弔(조)’로, 사람이 활을 등에 메고 시체를 지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후대에 문명이 발달하면서 오래된 글자를 없애려고 만든 글자가 ‘吊(조)’로, 집에 상가임을 표시하는 수건을 걸어놓은 형태를 띠고 있다.
‘吊(조)’를 사용하는 후대인들은 이전 글자 ‘弔(조)’의 전승을 막고자 그 글자를 사용하는 민족을 말살한다. 소설 속 소설을 토대로 전준우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은 총과 칼로 이뤄지는 전쟁이 아닌 글자를 없애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종속하게 하려는 ‘글자전쟁’이 더 큰 위협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설득력 있게 담겨 있다.
“우리 동이족은 은나라를 산둥에 세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남의 나라가 되어 있는 걸 눈 뜬 장님이 되어 바라보고 있어요. 게다가 한자도 처음 만들었지만 빌려 쓰고 있는 줄 알고 또 버리기까지 했고요. 우리는 중국 대륙에 있다 점점 쫓겨나고 밀려나 이제는 한반도 안에 갇힌 채 둘로 쪼개져 서로를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며 살고 있는 거죠.”(p.313)
역사는 해석에 따라 계속 바뀐다. 유물이 출토되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역사도 새로 써야 한다. 따라서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글 오태영
위 글은 교회신문 <46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