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6-20 14:51:08 ]
체리 힐 著 / 규장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동트기 직전의 새벽이다. 태양 빛으로 말미암아 별빛과 달빛이 지상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 현상은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허락하시는 기다림의 순간과 비슷하다. 즉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큰 고통으로 치달을 때가 바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 직전의 순간이다.
『기다려』를 쓴 작가 체리 힐은 기도 응답을 기다리는 공간을 ‘하나님의 대기실’이라 표현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안내를 기다리지 않고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대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한 가장 좋은 것들을 놓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저자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걸어가듯 삶의 어려움과 고난 속에 두려워 떨고 있는 순간, 모두가 피하고자 하는 이 순간을 주목한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태에서 세상과 마주하게 될 날을 기다렸고, 살아가면서도 진학과 취업, 연애와 결혼이라는 수많은 기다림을 마주한다. 우리는 살아온 날들만큼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었고, 기다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사실을 체득했다.
기다림의 보상 중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은 기도 응답일 테다. 하지만 우리는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에 마치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침묵하고 계신다고 느낀다. 긴 침묵 속에서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해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고 나를 버리신 건 아닐지 의심하기도 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침묵에 관해 자녀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부모와 같다고 설명한다. 처음에 부모는 아이의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 주고, 격려해 자신감을 심어 준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전거에서 손을 떼고 아이가 혼자 갈 수 있게 한다. 하나님께서도 침묵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께 전념하고 끝까지 참고 견딜 수 있는 믿음을 형성시켜 주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다 알 수 없다. 단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만큼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 가볼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하나님의 단면 이상의 것을 보기 위해 하나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삶의 가장 어두운 기간, 즉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에 머물러 있는 누군가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견딜 힘을 공급해 준다. 저자는 “기다림이야말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것”이라고 말하며 “기다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여유가 우리 안에 충만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한다.
/글 심아영
위 글은 교회신문 <48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