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6-07-04 13:35:24 ]
피천득 著 / 샘터출판
피천득의 수필은 깊은 사색을 하게 한다. 작가 자신이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고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작가는 섬세하면서도 간결하고,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언어로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제시하고 독자에게 생각의 길을 열어 준다. 작가 특유의 순수함과 통찰력으로 써 내려간 수필 80여 편을 엮은 『인연』은 그래서 더 큰 감동을 준다.
책 제목과 같은 수필 ‘인연’은 1973년 『수필문학』 11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저자가 일본 유학 시절 ‘아사코’라는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30여 년에 얽힌 추억을 정교하게 축약하며 회상하는 명수필은 다시 읽고 싶은 교과서 문학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사코와 나는 절을 몇 번씩 하고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수필의 마지막 문장처럼 피천득과 아사코는 인연이 되지 못하고 추억이 되었다. 저자가 아사코에게 연정을 품은 때는 그의 나이 17살, 연도로 따지면 1930년경으로 일본의 조선인 핍박이 극성을 부리던 시대다. 조선의 수많은 젊은이가 징집되어 강제노동과 전쟁으로 죽어 나가고, 꽃다운 여자들이 위안부로 참혹히 끌려다니며 유린당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저자는 아사코에게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결국 저자는 시들어 가는 나이의 아사코를 세 번째로 만난 후, 이전에 있던 아름다운 추억이 깨졌음을 아쉬워한다.
세상의 인연도 평생에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데, 우리 예수 믿는 성도라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만난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예수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구원받은 이라면 누구나 만나는 이에게 내가 만난 예수를 전해야 할 절대 사명을 가진다. 예수 몰라 멸망할 불신자들에게 십자가 사랑을 전해 주어, 훗날 육신의 때를 마친 후 복음 안에서 거룩한 천국 백성으로 만나게 해야 할 연결고리라는 책임감을 가진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딤후4:2).
요즘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무자비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 사고들로 홍수를 이룬다. 심지어 너무 자극적이어서 소름 끼칠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그럴수록 우리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성령 충만을 이루고 날로 강퍅해지는 사람들의 심령을 예수의 피로 녹여 지울 수 없는 구원의 은혜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야겠다. 만나는 이마다 십자가의 인연으로 만들어야겠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만난 이들을 예수 믿게 하는 사명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다.
/글 김경희
위 글은 교회신문 <48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