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지난해 서울시청에 설치된 성탄트리.

매년 12월 서울광장에 설치하는 성탄트리 위에, 올해부터 십자가를 달 수 없게 된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확정한 서울시 종교시설물 설치기준안을 따르면, 공공장소인 서울광장에 연례적으로 설치하던 성탄트리 위 십자가나 석가탄신일에 다는 연등에 만 자 등 특정종교 상징물을 부착하지 못하게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정기회의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교계는 이는 오히려 역 종교편향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한국교회언론회가 ‘종교편향을 방지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언론회는 “시민위원회의 결의는 해마다 서울시청 앞에는 성탄절을 맞아 성탄트리가 세워졌으나, 여기에 십자가를 표시하는 문제로 불교계가 매년 종교편향을 주장해 온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사실 종교편향 비난은 기독교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 각종 재정 지원과 온갖 행정 편의를 받는 특정 종교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불교계는 석가탄신일이 되면 시내 곳곳을 오랫동안 연등으로 뒤덮거나 시내 중요 도로를 차단한 채 불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비하면 성탄트리는 시청 광장 한쪽에 세워질 뿐으로, 시민에게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아 종교편향의 시비거리조차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회언론회는 “서울시가 진정 종교편향의 불씨를 남기지 않으려면 연등행사와 불교 재정지원, 시내 도로변 연등 등을 모두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며 “그럴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성탄트리에 십자가를 다는 일을 일부에서 논란거리로 삼는 데 동조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연합도 “이번 일은 지난 2002년부터 서울시청 성탄트리 십자가를 철거하라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만일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특정 종교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종자연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면 이는 서울시의 명백한 종교편향정책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형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7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