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주고 싶어 애타는 부모 마음

등록날짜 [ 2022-06-05 14:46:40 ]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둔 아기 엄마이다. 몇 년 전 큰애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할 즈음 일이다. 우리 집과 가까이에 살고 계신 시아버님께서 하루는 “차가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물으셨다.


마침 ‘아침마다 아이를 어떻게 등원시키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버스로 10여 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집에서 정류장까지 또 버스에서 내린 다음 어린이집까지, 때때로 칭얼대고 엄마 팔을 빠질 듯이 잡아당기는 사내아이를 끌고(?)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아버님께서 다 안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손주 등원시킬 차를 사 주겠다고 말씀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이후에도 시아버지는 주유비도 챙겨 주시고, 매해 큰 액수가 나가는 보험료까지 내 주시면서 마음을 써 주셨다. 하나뿐인 며느리는 살갑게 섬기지도 못하는데, 며느리 속마음을 다 헤아려 주면서 때에 맞게 “이거 필요하지 않느냐”, “저거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마음 써 주시니 감사하면서도 송구하고 부끄러웠다.


며느리로서 곰살맞게 모시지는 못해도, 시부모님을 위해 더욱 기도하고 있는 요즘이다. 바로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 기간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기도하면 할수록 기도할 제목이 더 늘어난다. 하나님께 응답 받을 기대를 안고 기도하다 보면 주님께서는 “이것도 필요하지 않니?” “저것도 구해야지”라면서 마음속으로 기도할 내용을 줄줄이 감동하신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신 주님이시기에 무엇을 구해야 할지, 왜 그것을 주고자 하시는지 세심하게 감동하시는 게 감격스럽다.


며느리 사랑 많은 시아버님도, 나를 십자가에 피 흘려 죽기까지 사랑하신 우리 주님도 그렇게 주고 싶어 하신다. 받는 나보다 주시려는 분이 더 애를 태우신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어도 사랑받고 산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


최근 작은아이가 말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하지 마”, “그거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내가 안 보는 사이 의자를 밟고 자기 키보다 놓은 식탁 위에 올라가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야 해. 떨어지면 아야!”라면서 주의를 주곤 하는데, 자기를 혼내는 줄 알고 왈칵 울음부터 터뜨린다. 하지 말라고 한 게 그렇게도 서러웠을까. 10분, 20분을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아서 애를 태운다.


품 안에서 한참 울었을까. 어느새 울다 지쳐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언제 울었냐는 듯 살짝 미소까지 짓고 있는 녀석이 얄밉기도 하다. 아직 어려서 다칠까 봐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 마음을 모르니 뭐라 혼낼 수도 없고…. ‘너는 언제 말을 다 알아 듣고 엄마 마음을 알아 줄래?’


하나님 아버지 마음도 그러시리라. 가장 주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자꾸 육신의 것이나 헛된 것을 구하는 자녀를 보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무엇이든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자식에게 줘서 해로울 것은 당연히 주지 않으실 것이다. 그런데도 자녀인 나는 투덜거리면서 “왜 그거 안 주냐”고 답답해할 때도 있다. 나도 언제쯤 하나님 아버지 마음을 다 알까.


부모가 되고 보니 조금이나마 하나님 아버지 마음을 알아 간다. 이번 작정기도회를 마치게 되면 주님 마음을 더 알아 가는 주의 자녀가 되길 기도해 본다.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5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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