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나를 바꾸는 50일!

등록날짜 [ 2023-04-13 21:26:12 ]

몇 해 전 일이다. 결혼을 앞두고 친정엄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어머니에게 뜻밖의 말을 전해 들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려서부터 내가 너를 너무 억압하고 엄하게 키운 것은 아니었을까. 그 탓에 어른이 되어서도 네 주장이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속으로 삭이고 아프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어머니는 내 앞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어머니와의 부대낌이 가장 심한 때는 사춘기 시절이었을 것이다. 가정교육도 엄한 편이었지만, 어머니는 신앙에 있어 조금의 양보도 없이 하나님 말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크게 혼쭐을 낼 만큼 나를 야단치셨다. “너! 좀전에 기도 시간 빼먹고 어디 갔었니?” (토요일 자정이 넘어가기까지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거룩한 주일인데 너 뭐 하고 있니?” 미간을 찌푸린 채 매섭게 야단치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린 마음에 까칠한 포장지에 담긴 믿음의 당부를 받아들이지 못해 ‘왜 저렇게 간섭이실까’라며 눈을 흘기던 내 모습 역시 기억난다.


성인이 되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년 시절에도, 또 결혼해서도 친정엄마의 믿음의 권면은 내 속을 헤집어(?) 놓았다. “김 서방은 일한다고 바쁘니, 네가 더 기도해야지. 명헌(손주)이가 아프다고? 네 기도생활이 얼마나 느슨해졌으면 그러겠니.” 어떤 말들은 신앙의 당부인지 푸념인지 헷갈릴 만큼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지는데도 어려서부터 쌓인 감정의 골이 불쑥 드러나 좋은 말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 알아서 한다고요”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평생 친정엄마와 그렇게 투닥거리며 지낼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엄마와의 사이가 바뀐 것을 느꼈다. 간섭이나 잔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내게 이런저런 고민거리와 기도 제목을 털어놓는 엄마를 위로하게 된 것이었다.


관계 변화를 깨달으며 내린 결론은 ‘내가 바로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앙생활 하면서 또 영혼 섬기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품고, 이런저런 문제로 같이 고민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면서 부족하나마 다른 이를 품을 넉넉함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좁아터진 내 마음이 예수님을 닮아 그나마 넓어진 것이다. 그에 따라 엄마도 나를 믿어 주고 자연스레 잔소리도 간섭도 줄어든 것은 아닐까. ‘지난날 내가 얼마나 못 미더워 보였으면 그렇게 간섭하곤 했을까’ 생각해 보면, 내가 문제였다는 실상을 깨닫는다.


올해도 작정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작정기도회 만큼 내 신앙과 인격을 주님 닮은 모습으로 바꿔 놓을 복된 기회도 없다.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던 나였는데, 50일 동안 집중해 기도하면서 허물 많은 내 입술을 적나라하게 깨달아 이제는 복된 말만 하려고 한다. 누구에게 말 한마디 못 붙이던 내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서글서글하게 다가가 섬기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세상에서는 죽기 전에야 사람이 바뀐다고 하는데, 예수 믿는 우리는 죽기 전에, 멸망하기 전에 복된 모습으로 바뀌니 얼마나 좋은가. 친정엄마와 하루하루 냉전을 치르던 우리 가정도 내가 바뀌니 예수 안에 웃음만 넘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번 작정기도회 기간에도 진실하게 회개해 하나님과 형통하고 내 가족과, 내 이웃과도 형통해지기를 소망한다. 주님이 응답하시리라!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79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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