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맺은 놈이 풀 수 없으니

등록날짜 [ 2023-09-18 19:17:28 ]

“맺은 놈이 풀지”라는 뜻의 사자성어 결자해지(結者解之). 장난꾸러기 어린 아들들을 키우다 보면, 잘못한 놈이 해결해야 한다는 ‘결자해지’라는 말을 적용하기가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유난히 습도가 높아 옆 사람하고 조금만 살이 닿아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던 지난여름. 다리가 아픈지, 아니면 그냥 걷기 싫은지 여섯 살 큰애가 내 팔에 매달려 징징거린다. 자신은 걷기 힘드니 안아 달라고 엄마 팔을 잡아당기면서 떼쓰는데 그날따라 어르고 달래도 도통 먹히지 않았다. 교회에서 집까지 오는 내내 떼쓰기를 멈추지 않다 보니 엄마의 인내심도 바닥이다.


너무나 부끄럽지만, 아이들과 있다 보면 정신 줄이 ‘뚝’ 하고 끊기는 순간이 있다. 꾹꾹 눌러 온 화를 아이에게 쏟아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무섭게 변한 엄마 얼굴을 본 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승강기 안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아파트 전체를 다 울리는 듯하다. ‘아니, 떼쓰는 너 달래느라 당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건 엄만데 왜 네가 서럽게 우니.’


어쩌겠는가. 달래야지. 언제 화를 냈는지 모르게 아이를 달래는 데 집중한다.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울컥하면서 아이를 꼭 끌어안은 채 등을 토닥였다. ‘결자해지? 좀 더 큰 다음에는 몰라도, 자식 놈이 풀지 못하니 엄마가 아쉬워서 먼저 풀어 줘야지.’ 자녀와 아웅다웅하는 나날이 당분간 더 이어질 듯하다.


부모 자식 간에 항상 아쉬운 사람은 부모인 듯하다. 부모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자녀는 아쉬운 것 하나 없는 사람처럼 계속 엇나가고 삐뚤어지고 철없이 굴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 마음만 새카맣게 타들어 가면서 바르게 성장하도록, 다시 돌아오도록 어르고 달랜다. 제 잘못은 모른 채 입이 삐쭉 나와 있는 자녀 마음을 풀어 주려고 먼저 마음을 풀고 손을 내민다.


하나님도 우리 인간과 사이에서 ‘결자해지’가 되지 않으니, 하나뿐인 아들을 내어 주기까지 사랑해 주시고 먼저 풀어 주신 것은 아닐까. 첫 사람 아담이 하나님께 먹지 말라 한 선악과를 입에 대며 불순종한 죄 탓에 모든 인류가 죄의 종이 되어 멸망할 처지에 놓였고, 인간 스스로 이 죄의 결박을 어찌해 볼 수 없으니, 즉 맺은 놈이 풀지 못하니 자기 생명을 주시면서 영원한 결박에서 풀어 주신 것이리라.


울고불고하다가 어느새 새근새근 잠든 자녀를 바라본다. ‘왜 나는 하나님 아버지처럼 사랑할 수 없을까’ 자책하다가 ‘내일은 좀 더 잘해 줘야지’라며 주님처럼 끝까지 사랑하기를 기도한다. 또 맺은 놈이 풀어야 하는데, 그 사실조차 몰라 죄 아래 묶여 사는 이들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리라 마음먹는다.


나는 내가 아쉬워서, 또 ‘내 자식이 누굴 닮았겠는가? 허물 많은 날 닮아서 저러는 거지’라며 자녀와 먼저 풀었지만, 하나님은 인간과 달리 선하고 거룩하신 분 아닌가. 또 피조물인 인간 스스로 죗값으로 멸망하더라도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아쉬울 게 없는 분 아닌가. 아쉬울 것 하나 없으신 하나님께서 무지한 인간에게 하나뿐인 아들을 내어 주시기까지 사랑해 주신 것. 그게 우리가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이유이다.



/현정아 객원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81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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