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당시에는 여름이면 관광버스 한두 대에 전교인이 함께 타고 하기산상성회를 떠났었다. 한번 들어가면 4박 5일 동안 서울로 감히 되돌아오기엔 엄두도 안 나는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산골의 작은 기도원에서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여름철 피서와 같은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던 말 그대로 ‘산상성회(山上聖會)’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름답던 여름 산의 경치와 맑은 공기도, 생수처럼 맑기만 하던 계곡도 아니다. 은혜를 사모하는 성도들 한 영혼, 한 영혼이 변화 받던 그 모습들만이 내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때 우리 모두는 피서지를 향하는 듯한 들뜬 마음보다는 이번 성회를 통해서 반드시 은혜받고 변화받으리라는 결심과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가서 변화시켜야겠다는 구령의 열정으로 들떠 있었기에 성회를 인도하던 나 역시 강단에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비장한 각오로 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성회 도중 악한 영들이 소리치며 떠나가고, 질병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는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성령의 은사들이 시간시간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예수를 전혀 모르던 불신자들이 예수 앞에 무릎 꿇고 회개하면서 성령으로 거듭나는 감격적인 모습 앞에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저마다 지고 있던 무거운 문제와 짐들을 가지고 와서 하나님의 살아 역사하시는 말씀으로 해결받으면서 개개인이 회복되고, 가정이 회복되고, 교회가 회복되었다. 말씀을 전하는 동안은 찌는 듯한 폭염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열악하기만 하던 기도원 시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때부터 하기성회는
‘일단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라는 믿음의 확신을 성도들은 가지게 되었고, 매년마다 하기성회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참석하는 성도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제 이 하기산상성회는 2개월에 걸쳐 연인원 수십만 명이 모이는 초교파 규모 성회로 매년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때 함께 은혜를 나누었던 성도들은 이 성회 준비를 위해서 변함없이 자신의 충성의 자리에서 묵묵히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하기성회를 바로 눈앞에 두고 이것만은 변치 않았으면 하며 기도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는 ‘하기성회에 일단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참석하면 무조건 은혜 받는다’는 성도들의 믿음과 사모함이다. 이 믿음이 오늘의 하기산상성회를 있게 하였으며 하나님을 일하시게 했던 믿음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강단에 올라설 때의 나의 각오이다. 개척 당시 영혼을 사모함으로 들뜬 그 순수한 마음으로, 관제와 같이 나의 모든 것이 아낌없이 뿌려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없어 기근으로 허덕이는 이 패역한 세대에 이 성회를 통하여 성령으로 생명의 물줄기를 거침없이 쏟아 붓게 하시어 주일학교 어린 영혼으로부터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부흥케 하실 주님의 놀라운 역사를 기대해 본다.
위 글은 교회신문 <5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