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의 심정으로

등록날짜 [ 2004-05-28 14:58:49 ]

딸아이 결혼식 때로 기억된다. 결혼식 중 한 청년이 시집가는 딸아이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네가 받았어야 할 사랑을 우리가 다 받았다”라고 울먹였다.
내 자식은 언제나 나의 품에 있거니 하며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놓았다. 자식들을 챙기고 사랑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성도들만큼은 나의 생명을 다해 삶의 전부를 쏟아 사랑하려 했다. 이 날만은 딸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청년들은 내 자식들이 받아야 할 사랑을 자신들이 받았다고 느끼고 있구나 하는 애틋한 사랑이 교차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정의 평안을 주셨다. 가정보다 목회에 더 전념할 수밖에 없었던 터라 자식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항상 미안하지만 지금은 모두 출가해서 잘 살고 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리라고 믿고 있다.
목회는 아비의 심정으로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감사하게도 나에게 그런 마음을 주셨다. 그러므로 위로는 하나님 앞에서나 아래로는 성도들 앞에 나의 목숨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것이 감동되었던지 나를 위해 눈이라도 빼놓을 수 있다고 자원하는 성도들. 부족한 나를 부모처럼 아끼고 애절하게 사랑해준 성도들. 나는 그동안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아 온 것이다.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축복을 지금까지 누려온 것이다. 이것이 나의 목회의 힘이 되었다.
교회가 커가면서 나는 더욱 더 나를 강하게 채찍질 해본다. 개척교회 시절. 한 영혼 한 영혼을 위해 쏟았던 사랑과 관심이 혹시나 퇴색해가고 있지는 않은가. 집나간 탕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비의 심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가. 독자를 바치라는 말씀에 순종하여 칼을 빼들었던 아브라함의 심정처럼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드릴 수 있는 하나님을 향한 순종과 사랑이 변치 않고 있는가.
십자가에서 아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하나님의 심정이 죄인 된 우리들을 당신의 자녀로 감싸 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나 역시 성도들을 위해 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리라 다짐해 본다.
주여 나에게 아비의 심정으로 목회하게 하소서. 교회가 커질수록 그 사랑의 넓이와 깊이 역시 커질 수 있는 큰 목자가 되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6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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