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했던 제자 베드로. 예수의 죽음 이후 예수를 부인했던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대한 자책감과 이스라엘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줄 메시아라고 굳게 믿었던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로 인해 베드로에게 남은 것은 허탈감과 좌절 뿐이었다. 다시 옛날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갈릴리 바닷가로 향하는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이제 삶의 목적과 희망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인생의 실패자일 뿐이었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주님과의 짧은 만남의 기간 동안 함께 했던 추억들 뿐이었다.
만약 베드로의 인생이 여기에서 끝났다면 그의 생애는 물론 이름조차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의 삶이 새롭게 기억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성령과의 만남이었다. 마가의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은 베드로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숨을 위해 예수를 부인하던 비겁한 모습이 아닌 목숨을 내어놓고 담대히 예수를 증거하기 시작한 삶으로, 예수에 대한 추억만을 간직한 자가 아닌 성령을 통해 예수의 현재성을 나타내는 능력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성령이 그와 함께 하시자 3천여명이 회개의 무릎을 꿇었고, 그가 예수를 증거하는 곳곳마다 예수님의 공생애와 동일한 이적과 표적이 제한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예수를 증거하다 거꾸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써 그의 삶을 마감하기까지 성령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그의 삶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해 주었다. 예수를 위한 불꽃 같은 인생. 성령이 그에게 가져다 준 최고의 축복이었다.
2천년이 지난 지금의 이스라엘 땅은 예수에 대한 희미한 추억과 흔적만이 폐허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성지(聖地)’라는 명목 아래 관광명소로 전락해 버린 쓸쓸하기만 한 예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성령이 없는 인생의 비참함과 황량함을 떠올려 본다.
예수를 추억 속에, 기억 속에 묻어두는 초라한 인생을 살지 말자. 삶을 마치는 그날까지 주님의 현재성이 무제한 나타나는 성령이 거하는 거룩한 성전이 되자. 주여, 성령과 함께 예수를 위한 불꽃 같은 인생을 살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14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