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울음

등록날짜 [ 2005-01-15 15:42:15 ]

예수가 붙잡히시던 그 밤,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하였다. 그 순간 닭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주님 앞에서 호언장담하며 절대 부인하지 않겠다던 그에게 ‘닭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는 예수님의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찌른다. 그는 황급히 그곳을 박차고 나온다. 비천한 목숨 하나 부지하기 위해 비굴한 모습을 보인 자신이 죽도록 원망스럽기만 하다. 흐르는 눈물은 통곡으로 변한다. 그와 같은 때에 예수님을 판 가롯 유다는 자책감에 은 삼십을 던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베드로는 그럴만한 용기조차 없었다. 이제서야 그는 자기 자신의 실체를 발견한 것이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네가 나를 사랑하면 내 양을 먹이라’는 그 말씀을 들고 마가다락방에서 성령으로 거듭나서야 그의 방황은 끝날 수 있었다. 닭울음 소리가 없었다면 사도로서의 베드로의 삶은 없었을 것이다.
유다는 죽음이라는 어두움으로 사라졌지만 베드로는 닭울음 소리와 함께 밝아오는 영혼의 새벽을 맞은 것이다. 베드로는 그 후로도 닭울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성경에 등장하는 닭에 대한 실화이다.
을유년 닭의 해를 맞이하여 나는 그 날의 닭울음 소리를 생각해 본다. 항상 하나님 앞에 초라한 원래의 모습으로 나를 돌이키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또한 목회자요, 설교자로서 베드로의 심령을 깨웠던 그 닭울음 소리를 재현해야 한다. 예수를 부인하는 자들, 주를 떠나 방황하는 자들, 나태함과 게으름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그 울음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목이 비틀어져도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 소리를 멈추지 못하듯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성도를 위해 목놓아 통곡하며 울 것이다.
나의 목회는 영적 어둠을 깨우는 닭울음이요, 예수님 등에 업고 걸어가는 나귀의 삶과 같다. 내 심령 속에서 들려오는 성령의 닭 울음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닭울음 소리에 통회의 눈물을 흘리지 않게 주를 위해 살고 싶다.

위 글은 교회신문 <6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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