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일념] 십자가 앞에 염치없는 사람

등록날짜 [ 2011-03-23 17:23:06 ]

십자가 형벌만 보면 그것은 죄악의 상징이다. 바로 인류가 짊어져야 할 죄의 형틀이며 진노의 상징이다. ‘죗값은 사망’(롬6:23)인지라 죄인인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그 진노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저주 받은 인류의 모습을 가리고 계시기에 그 진노와 심판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구원이다.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의 죽음을 보고 인간의 죄를 보지 않기로 하셨으니, 십자가는 인간의 죄를 고의로 망각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집결된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십자가 뒤에 나를 감춰주시고”라고 기도하려면 최소한 내가 예수를 죽게 한 죄인임을 시인해야 한다. 예수를 십자가에 죽게 한 죄인임을 시인하지 않고는 그 십자가로 내 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십자가 뒤에 나를 감춰달라는 말은 “내가 지고 죽어야 할 십자가지만 당신이 대신 짊어지시고 나를 살리시옵소서”라는 절박한 요청이다. 나 대신 죽어달라고 예수께 강청(强請)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십자가 앞에 선 자만이 내가 얼마나 염치없는 존재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기도하면서 염치없이 하나님께 자꾸만 무엇을 달라고 요구만 한다. 물론 무엇이든 기도하라 하셨지만 아들을 주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앞에 염치없는 내 모습을 발견한 자는 그런 기도가 앞서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께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드릴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넘쳐난다. 십자가 앞에 나는 여전히 염치없는 자임을 깨닫는 자만이 예수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요, 예수의 은혜로 살려고 하는 사람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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