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10-16 11:34:34 ]
젊었을 때 전도하려고 일부러 용산에서 시외버스를 탄 적이 있다. 전도하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손톱깎이 장수가 올라와서 대담하게 물건을 팔더니, 잠시 후에는 볼펜 장수가 올라와서 자기 제품을 열심히 홍보하며 팔았다. ‘저 사람이 차에서 내려가야 내가 전도를 할 텐데’ 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계속해서 수세미 장수, 때수건 장수, 쥐약 장수 등 줄지어 차에 올라와 물건을 팔다가 내려갔다.
차가 출발하자 ‘이제 장사하는 사람이 없으니 시내만 벗어나면 전도해야겠다’ 하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차가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용기를 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그냥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사람이 대전쯤에서 내릴 때까지 한마디도 못하고 말았다. 그 사람이 내리고 난 후 ‘이제 정말 전도해야겠다’ 하는 마음에 일어서려고 하자 갑자기 통로까지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어서 또 전도를 하지 못했다. ‘지금 내리려는 사람만 다 내리면 그때 전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침묵하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쥐약 장수도 사람들 이목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건을 파는데, 나는 왜 우리를 죄에서 저주에서 지옥에서 구원한 예수를 전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내게는 구령의 열정, 즉 전도자로서 예수의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죽을지라도 인류를 구원하리라는 예수의 정신을 지녔다면 물에 빠진 자를 보고 건지지 않을 수 없듯이 영혼을 살리려고 거침없이 어디든 뛰어들어 전했을 것이다. 이 정신이 없이는 아무리 길거리에서 외치고 다녀도 주님이 원하는 전도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실패로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래서 지금도 기도한다. “주여! 예수의 정신, 구령의 열정이 넘쳐나는 전도자가 되게 하소서!”
위 글은 교회신문 <30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