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실 때 제자들은 모두 도망쳤습니다. 자기들도 예수처럼 붙들려 죄인 취급당하고 잔인한 십자가형을 받고 죽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형틀은 B.C. 400~300년 전부터 내려온 처형 기구입니다. 그동안 사형수를 처형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목을 치거나 매달아 죽였습니다. 짐승의 밥이 되게 하거나 껍질을 벗겨 죽이기도 하고, 화형(火刑)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여러 방법으로도 죗값을 충분하게 치렀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최악의 죄수를 처형할 잔인한 형벌을 찾다가 십자가라는 사형 틀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십자가 형틀에 손목과 발을 못 박아 매달면 피가 조금씩 흘러나와 견딜 수 없이 참혹하고 끔찍한 고통을 당하면서 서서히 죽습니다. 십자가는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흉악한 죄수를 처형하던 사형 틀입니다. 예수께서 그런 십자가를 지셨다고 할 때,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따르던 제자들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와 동일하게 취급받아 그들과 그들의 가문은 수치를 당하게 되고 죽음을 면할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달린 십자가에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를 붙였습니다(막15:26). 왕이 죽으면 그 나라가 망한 것이니,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를 붙여서 로마인들이 유대인들을 비웃은 것입니다. 왕이 강도처럼 저주받은 죄인이라면 그 나라에 얼마나 부끄럽고 충격적인 사건입니까?

그런데 이 예수의 십자가 고난이 초대 교인들의 믿음이 됐습니다. 율법사나 바리새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유대인은 하나님을 섬기는 민족이었지만,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예수를 자기들이 믿는 신을 모독한 자, 민족을 유린한 자로 받아들였습니다. 무지는 이렇게 하나님의 아들도 죽이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게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아는 지식이 있어야 영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요3:16).

/윤석전 목사

위 글은 교회신문 <60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