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사람은 자기가 교만한 줄 모른다. 교만한 사람에게 교만하지 말라고 잘 알아듣도록 타이르면 도리어 화낸다. 겸손한 사람들은 “교만하지 맙시다”라고 설교하면 ‘아이코’ 하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회개한다. 이처럼 책망을 달게 받는 사람은 겸손해지지만, 책망을 고깝게 여기는 사람은 교만이 그를 붙들어 하나님과 사이를 갈라놓는다.

어떤 사람들은 지위와 체면을 중시해 좀처럼 교만을 버리지 못한다. 아람왕국 나아만 장군은 선지자 엘리사의 말에 순종해 요단강 물에 몸을 일곱 번 씻자마자 문둥병을 고침받았다. 요단강 물에 들어가려면 갑옷을 벗고 문둥병 든 육신을 드러내야 했지만, 체면을 버리고 선지자의 말씀에 순종한 것이다.

우리도 주님 앞에 죄가 덕지덕지 묻은 문둥이 같은 신세 아닌가. 주님은 내 마음에 들어 있는 초라한 모습을 모두 알고 계시기에 직분이나 신앙 연조 혹은 지식으로 나를 숨길 수 없다. 영적인 초라함을 예수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깨달은 자는 기도하게 되어 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 “나를 팔 자가 여기 있다”고 말씀하시자 유다는 예수와 같이 떡 그릇에 손을 넣으면서 “주여, 내니이까？” 하고 물었다(마26:25). 양심상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겉으로는 하나님이 전지전능하다고 말하면서 실상 문제가 닥치면 하나님도 할 수 없다며 부정하거나, 기도하면 응답받는다고 말하면서 실상 기도하지 않는다면 결국 믿음이 없는 자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자다. 오늘날 기독교인 중에 이런 이중인격의 모습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당신에게 이중인격이 있다면, 교만과 불신앙의 껍질을 벗고 “나는 하나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주님 앞에 고백하라. 오직 주님만이 도와주실 수 있고, 주님은 기꺼이 도와주기를 원하신다.

위 글은 교회신문 <63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