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제자 유다가 겟세마네 동산에 머물고 있는 예수께 다가와 입을 맞췄습니다. 그러자 함께 온 무리가 그분이 예수인 것을 알아보고 붙잡아다 유대인 공회를 거쳐 로마 군정(軍政)에 넘겼습니다(마26:67). 하나님의 아들이 어찌 인간의 법정에 넘겨진단 말입니까.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인류 구원을 위해 대신 죽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기록된 이 모든 일은 ‘하나님 섭리의 드라마’입니다. 말씀 한마디로 천지(天地)를 창조하고(창1:1~31), 말씀 한마디로 죽은 자를 살리고(요11:43~44), 말씀 한마디로 한센병자를 고치고(눅17:11~14), 말씀 한마디로 사람이 물 위를 걷고(마14:28~29)….

만약 이런 얼토당토않은 줄거리로 전개되는 연극을 억지로 관람하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런 전지전능한 위력과 능력을 나타내던 등장인물 ‘예수’가 한낱 유대인에게 꼼짝 못 하고 붙잡혀 갔다가 로마 군정에 넘겨져서 채찍에 맞아 피 흘리고 결국 십자가형에 처해져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대목에 이르면 허무맹랑한 극 전개를 참지 못해 공연장을 뛰쳐나가는 관객이 많을 것입니다. 앞뒤 안 맞는 연극을 누가 끝까지 보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은 이처럼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인류 구원 대본’을 이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실제 등장인물을 내세워 구현하셨습니다. 더 기가 막힌 점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유다라는 인물이 예수를 은 30전에 팔아넘기도록 내버려 두셨다는 사실입니다. 또 팔려 가는 예수 자신조차도 그런 상황을 묵묵히 감내하셨다는 것입니다.

만약 예수를 잡으러 온 무리를 제자들이 칼로 해치웠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을 기회는 없어지고 맙니다.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위한 섭리입니까. 바로 우리를 위한, 아니 나를 위한 일입니다. 이 일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 고통당하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53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