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22-03-28 18:19:10 ]
제가 어렸을 때 나병 환자라고 하는 문둥병 걸린 사람이 저희 집에 자주 왔습니다. 지금은 약이 좋아서 진물이 떨어지지 않지만 그때는 엿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손과 발 그리고 얼굴에서 진물이 뚝뚝 떨어져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꺼려했습니다. 당시 문둥병은 치료할 수 없는 전염병이었기에 사람들은 문둥병 걸린 이가 오면 대문을 급히 걸어 잠갔습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는 대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문둥병자가 들어오면 마루를 가리키면서 “얼마나 춥고 배고파요. 이리 올라와 앉아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들이 극구 사양하며 “아주머니, 거기 앉으면 아이들이 싫어하니 제게 밥 한 술만 주세요. 가지고 가서 길가에서 먹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어머니는 “아녀요. 다 똑같은 사람인데, 우리는 병들지 않았을 뿐이지. 괜찮으니까 앉아서 먹어요”라고 말씀하셨고, 그는 진물이 마룻바닥에 묻지 않게 하려고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김칫국을 맛있게 끊여서 밥을 한 상 차려 오셨고 그 문둥병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먹었습니다. “예수님은 병든 사람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어요. 땅에서는 병들어 이 고통을 당해도 예수 믿고 하늘나라 가서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어머니께서는 밥을 먹는 동안 예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문둥병자는 “아줌마, 진짜예요? 나 같은 것이 예수 믿어도 돼요?”라며 되묻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즉 이웃에게 정을 베풀라는 말입니다.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이웃에게 정을 베풀지 않는다면, 그에게는 예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는 정으로 가득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속에 무정함은 사라지고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정이 넘쳐야 할 것입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74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