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부정부패 차단 위한 시스템 도입 절실

등록날짜 [ 2010-05-10 13:54:33 ]

‘루시퍼 효과’의 실험 통해 본 인간의 취약성
깨끗한 사회 위해 효과적인 제도 방안 마련해야

오뉴월 장대비에 낡은 축대가 갑자기 무너지고, 썩은 나뭇가지들이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 같다. 평소에는 구석구석에 감춰져 있어서 보이지 않던 온갖 쓰레기들이 홍수가 나면 다 파헤쳐지고 물에 떠다니며 추한 속내를 드러낸다. 최근 여기저기 터지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파문과 비리를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사들이 한 건설업자로부터 오랫동안 성 접대와 주기적인 금품 후원을 받으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이 보도됐다. 공권력을 대표하는 검찰의 체면이 구겨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래가지고 법질서 확립과 공직자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질까’생각하며 국민은 허탈하게 혀를 찬다.

군수, 시장 같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어 재보선을 치르는 것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자치단체장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 사적으로 부를 축적하다 적발되어 구속되거나,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교육계는 또한 어떤가? 승진과 관련해 장학사들이 뇌물을 받거나, 학교 교장들이 수주공사에 뇌물을 요구하고 예산을 전용하는 비리가 고질화되다 보니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질타할 정도다.

최근 여러 사건보도를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니라, 부정부패로 멍들고, 온갖 비리로 상처가 깊어지면서 후진국으로 퇴보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부정부패와 비리는 사회정의나 도덕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경쟁력에도 실질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에 심각성이 크다. 공무원, 공직자, 정치인들이 공익보다 내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하고, 국민이 낸 세금을 국가발전과 상관없는 곳에 낭비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기에 공자는 가혹한 정치와 탐관오리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개탄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단절하고, 국가조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하고, 청렴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많은 경우 문제는 시스템 자체에서 오고 해결책도 사회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필립 짐바르도가 인간심리를 실험하면서 만든 말이다. 루시퍼는 원래 천사였지만 하나님께 도전하고 타락하면서 사탄이 되었는데, 사람의 본성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필립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대학 내에 모의 감옥을 만든 후 공고를 통해 자신이 기획한 실험에 참가할 사람들을 선발했다. 실험은 참가자들을 죄수와 간수의 두 그룹으로 나누어 모의 감옥에 투입해 각자의 역할을 하게 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모의감옥은 실제 감옥처럼 만들어졌으며, 죄수들에게는 죄수복이, 간수들에게는 제복, 수갑, 곤봉 등이 지급되었으며 약 2주 동안만 각자의 역할을 하면 되었다.

실험의 공정성을 위해 짐바르도는 다양한 층의 사람 중에서 성격이 무난하고, 특별한 정신적인 문제가 없으며, 죄수나 간수의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선발했다. 이들은 특별히 착하지도 않았지만 남들보다 더 잔인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실험이 진행되면서 놀라운 변화가 발생하였다. 첫날에는 다소 장난처럼 모든 게 시작되었지만 이후 죄수들은 점차 간수들의 눈치를 보고, 비굴한 행동을 하면서 죄수들처럼 굴었고, 간수들은 점차 권위적이고 폭력적이 되어갔다. 간수들은 말 안 듣는 죄수들의 옷을 벗기거나, 소요가 발생하면 소화액을 뿌리는 등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던 벌칙을 고안하면서 점차 잔인하게 죄수들을 대했다. 결국 폭동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서, 실험은 중단됐다.

이 실험을 통해 필립 짐바르도는 인간이 얼마나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맞춰 어떻게 행동과 성격을 바꾸는지를 ‘루시퍼 효과’라는 말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니라, 상자(환경)가 썩었다면 거기에 담긴 사과는 썩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루시퍼와 같은 악마적 성격과 천사적 성격이 공존하기에 적절히 통제하고 길들이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들도 악마처럼 될 수 있다.

루시퍼 효과는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이고, 기질이나 의지보다도 환경과 시스템이 더 인간 본성에 결정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루시퍼 효과는 또한 부정부패의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암시한다. 검사를 예로 들자면 지금처럼 검찰조직을 감시하는 엄격한 사정시스템이 부재하고, 윤리적 강령을 강제하고 견제하는 제도적 방안이 없다면 스폰서 검사사태는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이 개개인의 도덕성이나 의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청렴하고, 도덕적이 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이제 효과적인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성경은 말했다(롬3:10). 인간은 갈대처럼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루시퍼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다. 

위 글은 교회신문 <1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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