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08-25 07:31:31 ]
악한 영이 ‘미화(美化)’되는 대중문화 경계
영적생활 바로 알고 경각심 늦추지 말아야
여름철이 되면 쏟아져 나오는 공포물에 자주 등장하는 귀신들이 있다. ‘뱀파이어(흡혈귀)’와 ‘늑대인간’이 서양을 대표한다면 우리나라는 단연 ‘구미호’이다. 올여름에도 극장가에서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인 ‘이클립스’라는 영화가 전편인 ‘트와일라잇’, ‘뉴문’에 이어 흥행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뱀파이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국내 TV도 그에 질새라 ‘여우누이뎐’에 이어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라는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구미호’를 등장시키고 있다. 도대체 인간세계를 기웃거리는 이 괴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뱀파이어, 늑대인간, 구미호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등장하는 서양의 흡혈귀 ‘뱀파이어’는 1897년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통해 알려졌다. 뱀파이어의 존재 여부에 대해 어떤 사람은 ‘포르파린증’이라는 질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 희귀병은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잘 공급하도록 도와주는 ‘프로파린’이라는 단백질이 파괴됨으로 생기는 유전병으로서 이병에 걸리면 빈혈에 시달려 얼굴이 몹시 창백해지고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잇몸이 주저앉아 송곳니가 드러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부족한 헤모글로빈을 보충하기 위해 남의 혈액을 마셨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또 보름달만 보면 흉악한 반인반수(伴人半獸)로 변하는 ‘늑대인간’도 털이 온몸을 덮는 ‘선천적 전신 다모증’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늑대를 두려워했던 옛날 서양 사람들은 이 병을 ‘늑대인간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또 그 당시 가장 무서운 전염병이 광견병이었는데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늑대에게 물리면 늑대인간이 된다고 믿었다. ‘구미호’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여자로 변신한 것처럼 동물이 스스로 오랜 수련을 하면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고 믿는 데에서 나온 전설이다. 주로 구미호는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정체를 들키지 않고 백일을 살면 인간이 되는데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그 정체가 드러나 인간이 되는 것에 실패한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구미호 등 인간이 상상해서 만들어낸 인간과 괴물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것들은 사람들에게 공포와 혐오를 주는 귀신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여름철 납량물에나 등장할 이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
그 원인은 최근 뱀파이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흥행비결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인 에드워드(로버트 페틴슨)는 외모부터 기존의 흡혈귀들과는 전혀 다른, 도시적 세련미와 귀공자다운 품위를 갖춘 꽃미남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거기에다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해주고 헌신하며 목숨까지도 던지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로맨틱한 남자로 나오면서 10대 소녀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 뱀파이어와 인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상을 보여주면서 뱀파이어는 더 이상 인간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간보다 더 강한 도덕성을 가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존재로 부각되다 보니 연인으로서 뱀파이어는 전혀 거부감이 없이 다가온다. 더불어 감초처럼 등장하는 ‘늑대인간’은 근육질의 남성상을 과시하면서 뱀파이어는 꽃미남, 늑대인간은 ‘마초맨’이라는 인식을 준다. 이런 요소가 흥행에 적중하였고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10대 소녀들로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구미호’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공동묘지에서 무덤이나 파던 전설의 고향 스타일을 벗어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우누이뎐’에서는 모성애가 지극한 구미호를 보여주고 있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는 미지의 세계에서 찾아온 천진난만한 요정, 엉뚱하고 엽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으로 가장 호감 가는 배우들을 앞세워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구미호’가 남성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연인이 되는 것도 이제 시간 문제인 것 같다.
귀신은 쫓아내야 한다
영화의 영향을 받아 뱀파이어처럼 되고 싶어서 뾰족한 송곳니를 갖기 위한 특별시술까지 받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중문화는 그 속성상 가상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현실의 경계까지 허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제작자의 원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또 그것이 성경적인 가치관을 심각하게 벗어난 경우라면 그것이 얼마나 영적으로 위험한 것인지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알릴 책임이 있다. 귀신은 인간의 육신을 병들게 하여 결국은 죽이고 멸망시키는 악한 영이라고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아무리 시대에 따라 옷을 바꿔 입어도 귀신은 귀신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귀신을 쫓아내셨고 우리에게도 쫓아버리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라 할지라도 혐오의 대상인 귀신들을 사랑스러운 연인으로 보게 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귀신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이다. 한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귀신에 대한 적개심을 없애 전투의지를 상실시켜 무장해제 하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자리에 서게 해서는 안 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05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