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한반도 위기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등록날짜 [ 2010-12-15 10:37:03 ]

무조건 보복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하여
장기적 안목으로 치밀한 방책 마련해야

연평도 사건 이후 눈에 띄는 것이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의 태도 변화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증가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이 든 세대보다 20~30대에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이의 해결책으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50대 이상 응답자 19.6%가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대답한 데 반해 20대는 2명 중 한 명꼴인 49.2%가 불안하다고 대답했다.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응답도 20대가 59.4%로 가장 높았다. 보통 6.25전쟁을 겪은 나이 든 분들이 젊은 세대가 안보 의식도 없고 애국심도 약하다고 걱정했지만, 연평도 포격 이후 해병대 지원자가 59%가량 증가한 데서 보듯 오히려 젊은이들의 충격과 분노가 크다.  

강경한 군사적 해결책의 문제점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과거 북한에 대한 평화 공존 노선을 비판하면서 확전을 무릅쓰더라도 유사한 사태에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기관리에서 무능력과 허점을 보인 정부도 뒤늦게 서해 5도를 요새화하고 공격용 무기를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에 대해 또 건드리면 초토화하겠다는 식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평화를 얘기하고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면 마치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인 듯 몰아붙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주체 이념과 선군 사상을 버리지 않는 북한 정권이 여전히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고, 남한이나 북한을 내세워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관철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서 우리만 당장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구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그간 북한과 있었던 국지적 분쟁 원인이 무엇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처럼 사상 초유의 피해와 자존심의 상처만을 내세우면서 군사보복이 최선의 대안인 것처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진정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미국 군사학자이자 예비역 대령인 토마스 함메스는 2차 대전 이후 전쟁 양상을 제4세대 전쟁이라고 정의한다. 4세대 전쟁이란 화력을 집중한 전면전이 아니라 소규모 전투를 통해 적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고 전선을 일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4세대 전쟁에서는 전장과 후방 구분이 없어지고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항상 승리를 거두는 것도 아니다. 이라크전에서 고전하는 미국이나 아프간에서 패퇴한 소련을 염두에 두면 된다. 영토를 점령했고 군사적으로 승리했지만 계속되는 게릴라전에 점령군 역시 타격을 본다는 것이다.

물론 남북 간 갈등이나 전쟁이 이라크 전쟁처럼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서해교전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전쟁이 외교의 효과적인 수단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북한으로서는 계속 국지전을 유발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북한에 대해 무력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한번 심하게 혼내주면 북한이 겁이 나 꼬리를 내리고 남한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깔렸다. 또 미국과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고 교전규칙을 공세적으로 바꾸어 북한을 강경하게 몰아붙이면 북한 정권이 고립되고 무너질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도 있다. 

예측 불허의 상황과 바른 지혜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항상 강경하게 상대를 몰아붙이고 막후 대화나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는 배수진은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고 나를 희생해서 상대를 죽이는 최후의 처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을 따르면 국지전이 계속 발생한다면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남한경제는 타격을 받지만, 북한은 군사적 측면 외에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또 이번 연평도 대응에서 드러났듯 남한이 전략적 보복을 한다고 했을 때 순식간에 북한에 효과적인 타격을 입히고 압도적 우세로 전의를 상실하게 하면서 항복하게 할 군사적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휴전선 근처에 배치한 북한 장거리 화포는 거의 1만여 대에 육박하며 사거리도 안양, 시흥, 포천 등 수도권을 망라한다고 한다. 전면전까지 불사하면서 끝장낼 생각과 능력이 없다면 오로지 군사적 대응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클린턴 정부가 작성한 시나리오로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 3만 명, 한국군 45만 명, 민간이 100만 명이 3일 이내에 죽거나 다친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당연히 한국과 미국이 승리하겠지만 한국 경제 피해는 1조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북한과 60년 가까이 대치하는 상황을 고려하고 북한의 지금까지 행동을 봤을 때 순진하게 우리가 세게 나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그 반대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실상 도박에 전 재산을 걸면서 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전쟁이 무서우니 무조건 북한을 달래고 평화를 구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쟁에 대비는 하되 좀 더 장기적 안목으로 치밀한 방책을 마련하면서 평화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성경은 “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12:21)고 말한다. 증오는 증오를 낳고 보복은 보복을 부른다. 좀 더 지혜롭고 유익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2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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