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0-10 21:21:16 ]
빛과 소금의 사명 감당하며 현명하게 처신하는 삶 살아야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기상변화와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들이 새삼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세기 말의 대재앙이나 인류멸망에 대한 예언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큰 지진이나 태풍이 자주 발생하고 각종 테러와 국지적 전쟁이 빈발하면서 이러다 지구 종말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퍼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영화 <2012> 같이 지구 종말을 다루는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면, 오래된 예언이나 신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증한다.
종말에 대한 소문과 소문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족인 호피족 예언과 고대 문명인 마야 전설에 따르면 대체로 2012년에 지구가 망한다고 한다. 종말 전조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대지진이 세상을 뒤흔들고 태양이 뜨거워진다고 하는데 1990년대 이후 인류에게 닥치고 있는 자연의 변화는 대체로 이러한 예언대로 되어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 빙하가 급속하게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이나 쓰나미가 자주 발생한다.
2008년에는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사망 약 6만9000명, 부상자 약 37만4000명, 행방불명자 약 1만8000명이라는 인명손실과 수많은 재산 피해를 남겼다. 올해 1월에도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22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30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치료가 힘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생기고 광우병 같은 신종 질병이 인류를 위협한다. 또 성경 예언처럼 중동지방을 중심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충돌도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지구 평화가 위태롭다.
이러다 보니 교회가 세상의 종말을 자주 강조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신자들조차 지금처럼 세계가 흉흉하게 변하다 보면 무슨 큰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지경이다. 이처럼 여러 징조들을 예언의 실현으로 해석하면서 종말을 무조건 인정하고 기다리는 것은 옳은가?
소돔과 고모라가 주는 교훈
동물들이 예민하게 천재지변의 신호를 감지하고 미리 몸을 피하듯, 범상치 않은 징조들을 살피고 경계하면서 다가올 종말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류 종말이나 최후의 심판을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처럼 이해하다보면 정작 그 모든 원인이 인간에서 비롯되었음을 간과하기 쉽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은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돔과 고모라는 하나님이 심판의 본보기를 보이려고 고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저지른 죄의 결과 때문에 멸망했다. 창세기 18장을 꼼꼼히 읽으면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부르짖음이 크고 그 죄악이 심히 중하니 내가 이제 내려가서 그 모든 행한 것이 과연 내게 들린 부르짖음과 같은지 그렇지 않은지 내가 보고 알려 하노라”는 말이 나온다. 하나님이 심판을 미리 계획했거나 때가 이르렀기 때문에 두 성읍이 망한 것이 아니라 그 성 주민들의 도덕적 타락과 죄악이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판했다는 뜻이다.
실제 아브라함이 간절히 중보기도를 했지만 소돔과 고모라에는 의인 단 10명이 없었고, 주민 모두가 이방인을 해하고 성폭행하려고 하는 등 풍속의 어지러움이 극에 달했기에 멸망을 피할 수 없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호소에 계속해서 응답하면서 의인의 숫자를 감해줬고, 천사들을 직접 보내 살펴보았다는 것은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을 가급적 지연하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급증하는 자연재해의 상당부분은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고 무분별하게 파괴한 것에 원인이 있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강도가 세진 것은 도시화로 인해 고층 건물이 밀집하면서 지층이 받는 하중이 커진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한다. 아마존 정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자행하는 광활한 산림 파괴와 개발은 대기 오염과 산성화를 촉진해서 사막화를 가속한다. 편리를 추구하면서 자연자원을 마구 낭비하고 대규모로 공장을 건설하고 기계화에 의존하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오존층 파괴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한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대규모 빙하가 녹고,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류 순환이 바뀌다 보니 쓰나미나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한다. 그뿐인가? 유전공학 발달과 환경 호르몬 영향으로 새로운 변종이 생기고 내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전쟁 대부분은 제한적인 자원과 영토를 독점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채우려는 탐욕에서 비롯한다.
종말에 대한 현명한 자세
결국 우리가 오늘날 겪는 모든 재해는 거의 전적으로 인간의 죄악과 이기심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이제 때가 되었으니 곧 세상 종말이 올 것이라고 소리치는 것은 심판을 신의 의지나 예정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다. 마치 음주 운전 같은 과실로 사고를 낸 사람이 상대 차량이나 도로 상황을 탓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심판을 지연할 수 있는 의인의 삶을 살고 있는지 반성하자. 그리고 때와 시기는 오로지 아버지만 아신다는 말을 믿으면서 각자 자리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려고 하는 것이 현명한 신자의 자세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