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의 권력 세습과 사은사(謝恩使) 제도

등록날짜 [ 2010-10-26 08:41:20 ]

중국을 등에 업고 3대 부자세습 이뤄
경제와 외교 모두 근세시대로 돌아가

북한은 최근 근.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3대 권력 세습을 위한 준비 작업을 공식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중앙위원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후 북한은 노동당 친선대표단을 지난 10월 19일 중국 베이징으로 파견했다. 이번 방문에는 문경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겸 비서, 평양시 당 위원회 책임비서를 단장으로 해서 북한의 모든 도와 시의 당 책임비서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 정법위원회 서기를 만나 환담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류제이(劉結一) 대외연락부 부부장과 최병관 중국주재 북한대사도 배석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포함해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새로 꾸려진 북한 지도부를 중국으로 공식 초청함에 따라 김정은의 첫 방중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후진타오가 “빠른 시일 내에 김정은의 중국 방문을 원한다”고 밝힌 후 이튿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10월 14일 “통상 북한은 중국과 인사 교류를 추진할 때 당 대 당 행사일 경우 노동당 국제부에서, 정부 대 정부 행사일 경우 외무성에서 주관한다”면서 “그러나 인사 교류의 성격에 따라 주관 부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은 후계구도가 예상보다 빨리 구축되고 있고 북한 정권이 ‘김정은 띄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만큼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내 중국 방문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근.현대사 유례없는 3대 세습
북한의 권력 세습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한 1980년, 북한 정권 내부 움직임을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한 서방과 달리 중국은 권력 이양 수개월 전, 그것도 일부러 베이징을 찾아온 북한 측 인사들에게서 권력 승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부자(父子) 간 권력 세습이 북한에서 또다시 진행되고 있고, 중국은 이 상황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있다. 유의해야 할 대목은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넘겨받았던 때와는 너무 다르고 예우 또한 파격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화폐 개혁 실패, 핵 실험에 따른 각종 제재, 천안함 사태가 몰고온 가파른 긴장 국면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내부 불안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권력 승계라는 또 다른 위기가 겹쳐 북한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서방 기자들을 대거 초청한 것은 내면에 흐르는 불안을 자신감으로 포장한 것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이 북한을 정치.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북한의 중국 의존도도 비례해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긴박한 움직임은 반드시 역학관계 변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역사가 웅변한다. 한국이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비롯해 미국과 전략 동맹,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 등 주변 4강과의 관계를 냉정히 반추하며 장기적 안목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도 여전히 사은사(謝恩使) 파견
북한의 3대 부자세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우습지만, 공식화하자마자 김정은과 노동당 대표단을 중국으로 파견한 것은 더욱 우습다. 이는 마치 조선시대 왕이 바뀔 때마다 중국에 사신을 보낸 사은사(謝恩使) 제도처럼 3대 세습을 위한 중국의 허락을 받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사은사(謝恩使)는 조선시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에 보낸 답례 사신을 말한다. 정기적인 사신이 아니라, 명나라와 청나라가 조선에 대하여 은혜를 베풀었을 때 이를 보답하기 위하여 수시로 파견한 임시사절이다. 그런데 조선은 왕이 바뀔 때마다 이 사은사를 파견해 허락을 받았으며, 조선은 명과 청의 허락을 받은 것만으로 큰 은혜로 여겼다. 이후 명과 청은 조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교, 군사적으로 도움을 주었고, 조선은 그에 따른 보상 마련에 나라 살림이 휘청거릴 정도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로 보건데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하다. 그들 체제에 유일하게 동조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 한심하고 고리타분한 외교적으로 뒤떨어진 북한은 앞으로도 변화 조짐이 없어 보인다.

국제 정세는 매우 빠르게 변해가는데 여전히 외교면에서 근세에 머무는 이 나라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보다 더한 정책으로 북한 주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러한 나라를 동조하고 옹호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남한 사회에서 말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나라 발전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진정 이들은 이 나라 이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반대를위한 반대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인가.

위 글은 교회신문 <21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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