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0-11-08 21:46:14 ]
최근 양국 관계 개선, 눈에 띄게 좋으나
진정한 동맹 위해선 이해와 노력 필요
지난 6월 말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이후 ‘린치 핀(linchpin,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 논쟁이 한국과 일본의 여론을 달구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자리에서 전시작전권 이양문제와 한미 FTA 비준 문제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전략적 논쟁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린치 핀으로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한국과 미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 전체 안보의 린치 핀”이라고 언급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미 클린턴 국무장관도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맥락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9월 8일 미 외교협회 초청 연설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한국과 일본, 호주와 같은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재확인했다”며 처음으로 일본을 한국 다음 순서로 언급했다. 공식 발언에서 한국은 항상 일본 다음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는 미묘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클린턴 장관은 10월 28일 하와이에서 아시아 전략과 관련한 연설 중 한미 동맹은 역내 안정과 안보의 린치 핀이며 이제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일본 언론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린치 핀은 자동차에서 바퀴와 축을 연결하는 핵심부품으로 작지만 없으면 차 운행이 불가능한 부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미일동맹을 언급할 때마다 린치 핀 혹은 주춧돌(conerstone)로 지칭하며 전용어처럼 사용해왔고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사용된 예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섣부르게 한미동맹이 미.일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거나 추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미 동맹이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강력할지 모르지만 미국 일반 대중들 사이에 얼마나 뿌리내렸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9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The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가 세미나를 열어 ‘미국인이 보는 한국’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6월 11일부터 7월 22일까지 전국에서 미국인 25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주 내용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 한미 FTA,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기초 지식과 인식은 다소 충격적이거나 실망스러웠다.
첫째, 응답자 40%가 한국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절반을 겨우 넘긴 51%가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이 민주주의로의 평화적인 이행과 경제발전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응답이 절반 가까웠다는 것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응답자 71%는 한국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한국이 미국의 7대 교역국이지만 46%는 한국이 20대 교역국이며, 25%는 20대 교역국에도 들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셋째, 한국 종교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50%가 한국인 대다수가 불교를 믿는다고 대답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대답은 19%에 불과했다. 지난 60년 동안 성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한미관계를 고려하면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미국인 인식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인이 한국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나라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 부족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의 분석이다.
첫째, 서울이나 워싱턴에서 높은 수준의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경우다. 한미 FTA는 한미 간 경제적 관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높았다면 부시 행정부 하에서 비준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둘째, 2002년 미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이나 2008년 미 소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거센 반발 등 예기치 못한 국내적 사건이 미국 여론의 반발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외부 충격에 의해 양국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할 경우가 가장 취약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인이 한국을 중요한 정치군사적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이었다. 특히 향후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동맹을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자신들의 7대 교역국이고 종교적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인식보다는 위협에 근거해 한국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한미관계의 허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1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