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3-09 16:26:42 ]
미국에서도 한국어 능통하면 인기 높아
국력과 미래가 밝음을 짐작할 수 있어
미국 버지니아 주(州) 패어팩스에서 가장 큰 공공 도서관인 패어팩스 카운티 도서관에는 한국어 서적 코너가 따로 있다. 도서관 출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오른쪽으로 가면 서가 하나에 500~600권 정도 한국 책들이 있다. 히스패닉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세계 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도시의 가장 큰 도서관에 중국어나 일본어, 베트남어가 아닌 한국어 서적 코너만 따로 마련돼 있는 점은 뜻밖이었다. 더구나 패어팩스가 미국 내에서 가장 뛰어난 공립학교 시스템과 높은 교육수준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패어팩스 카운티 도서관 한국어 서적 코너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번은 도서관에서 중년 미국인 한 분이 컴퓨터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미국인은 일주일 가까이 도서관에서 오후 내내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자막을 읽어가며 몰입해 있었다. 한국어 서적 코너와 한국 드라마에 빠진 중년 미국인을 생각하면서 한국이 이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에서는 15개 정도 언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영어와 제2외국어를 배워야 한다. 국제정치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이곳에서 한국어 수업은 인기다. 한국어 담당 교수는 스페인어와 불어, 아랍어, 중국어 다음으로 한국어 수강생이 많고 한국어를 배워놓으면 취업도 잘된다고 했다. 15개 언어 가운데 5, 6위 정도로 수강생이 많고 인기도 높으며 SAIS에서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담당교수 설명이다. 또 미국인이 한국어에 능통하면 정부기관에서 승진과 인사에서 유리하고 미 CIA에서는 백인이 한국어에 능통하면 특급비밀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아시아권 언어들 중에 한국어 위상은 중국어 다음이고 일본어는 일본이 침체해가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 수강생이 계속 줄고 있다고 한다.
미국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SAT Ⅱ에는 한국어가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돼 있어서 한국어를 잘하면 대학입학에도 유리하다. 이뿐 아니라 영어에 능통한 교포가 한국어에도 능통하면 취업에도 유리하다. 특히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많아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민사회에서는 한국어 학습 열기가 뜨겁다.
특히 한인교회들에서는 교포 자녀를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는 곳이 많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으로 교포 2세, 3세가 한국어를 잘하면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듯, 이곳에서는 많은 교포 자녀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어는 인구 기준(남북한 포함 7400만 명)으로 전 세계 11위며 2007년 기준으로 64개 나라, 742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도 미국과 일본, 중국, 호주 등에서 수백 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어보다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힌두어와 우르두어, 벵골어는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만 사용하고 제3국에서 외국어로 가르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한국어의 실질적인 위상은 8위에서 9위 정도라고 한다.
높아진 한국어 위상은 한국 국력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앞으로 한국이 더 발전할수록 한국어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더구나 한국어는 ‘한글’ 문자체계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서 배우기가 쉽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공통된 평가여서 한국어는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하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232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