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미국과 이스라엘

등록날짜 [ 2011-06-07 17:59:06 ]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The Israel Lobby and U.S. Foreign Policy)』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인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 존 미어샤이머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국제관계학 교수 스테판 월트의 공동저작입니다. 또 미 외교정책에도 강한 영향을 끼치는 저자들이 항간에 막연하게 떠도는 이른바 ‘유대인 로비’를 다뤘다는 점에서 이 책은 2007년 출판 전부터 특별한 관심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자들은 ‘이스라엘 로비를 미국의 외교정책을 친이스라엘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일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느슨한 연합’으로 철강과 총기 등 다른 분야 로비들과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로비의 목표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물적 지원과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미국 정부와 대중을 움직이는 것이며, 로비 구성원들 대부분은 유대계 미국인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로비에 참여하지 않는 유대계들도 많으며 로비 단체와 개인들 사이에 많은 의견차이도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로비’에 대한 이 같은 설명은 유대인들이 세계정복을 위해 일사불란하고 치밀하게 미국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설명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맥 빠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파장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로비’의 부정적 영향을 집중 조명하며 친이스라엘 정책의 철회를 은연중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반미 감정의 뿌리로 미국의 국가이익을 해치고 있으며 아랍권의 극렬한 반미주의와 테러리즘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거의 무조건적 지지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스라엘 로비’는 이스라엘 자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상적으로는 타당해 보이지만 이스라엘의 운명을 성경의 예언, 하나님의 계획과 분리해 다룰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완전히 배제한 설명과 주장은 불완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2000년 가까이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하였고, 소련 멸망 이후 돌아온 유대인 100만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귀환한 것은 성경 예언의 성취였습니다. 암탉이 병아리를 모으듯 하나님께서 흩어진 이스라엘을 모으신다는 예언이 현대사에서 성취된 증거들입니다.

한 성서 연구가는 로마제국의 몰락과 대영제국의 쇠퇴, 소련의 멸망을 이스라엘과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분은 이스라엘을 없애고자 했던 로마의 멸망과 이스라엘 건국을 돕다가 결정적인 순간 이를 방해했던 대영제국의 쇠퇴, 유대인들의 귀환을 적극 방해했던 소련의 멸망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또 최근 미국의 쇠퇴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위 책의 주장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에서는 반이스라엘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35년 만에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반면 냉전시절 적이던 러시아와는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 2009년 2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안보회의에서 “미-러 관계의 리셋(reset, 재설정) 버튼을 누르겠다”고 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정서가 시나브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러시아는 미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이란의 핵개발을 돕는 한편으로 이스라엘의 비핵화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이란의 마흐무디 네자드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난 유대인 대학살을 모략극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을 지도 상에서 지워버리겠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제 미 오바마 행정부마저도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은 고립되어 가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성경의 예언을 정확히 성취해 오신 하나님께서 또한 이스라엘의 회복을 말씀하셨으니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요동치는 중동정세와 세계정세의 흐름을 꿰뚫어보며 말세를 사는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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