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386세대의 시대적 과오를 고백하며

등록날짜 [ 2011-06-21 15:00:51 ]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좌경사상 경계
공산주의 망령에 속는 어리석음 막아야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을 386세대라고 불렀다. 지금 4,50대가 되었을 이들은 한때 참신한 이미지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급진 좌경세력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386세대를 3.1절도 모르고, 8.15도 모르고 6.25도 모르는 철없는 세대라 부르기도 했다.

1980년대에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데모했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첫째, 쿠데타로 쟁취한 군부 독재정권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이 폭동이 아니었다는 것과 시위진압을 위해 군부가 무참히 학살을 자행했다는 사실에 격분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감상적인 민족주의였다. 그런데 이것이 좀 과격했다. 한마디로 “6.25 전쟁과 분단 현실의 모든 책임이 남과 북을 둘러싼 외세에 있다. 우리의 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외세에 굴하지 않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북한과 남한이 힘을 합쳐 외세인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민족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라고 북한의 주장 그대로 외쳤으니 기성세대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러나 ‘민주화’라는 공동 목표 속에서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행히 민주화 투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87년을 절정으로 민주화가 실현되었다. 소원대로 직접 대통령을 뽑아 문민정부를 세웠고 두 번 연이어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학생 시절 학생운동의 수장들이 대거 정권 실세로 등장했다. 386세대가 주목받던 때였다.
가장 큰 변화는 대북 정책이었다. 친북정책, 유례없는 대북 지원이 이어졌다. ‘안보’나 ‘반공’은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남북이 적이 아닌 한 민족이라는 화해 무드가 지배하면서 통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학생운동에만 전념했던 이들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도덕적으로도 기존 정치인과 차이가 없음이 드러나자 386세대 정치인은 추락했다. 그와 동시에 90년대 초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가 연이어 붕괴하면서 공산주의 사상은 순식간에 쓰레기처럼 폐기되었다.

그와 더불어 북한 실상이 공개되었다. 북한은 민족 주체성이 강한 이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식량난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나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정권 유지를 위해 중국에 빌붙는 나라,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유린당하는 가장 폐쇄적인 국가였다. 북한에 대한 막연한 동정심과 환상이 깨어졌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80년대를 보낸 386세대 한 사람으로서 민주화를 향한 순수한 열정만큼은 이해해줄 수 있지만 북한 실상에 대한 무지 속에서 감상적 민족주의에 젖어 북한 사상을 비판 없이 추종했다는 점은 시대적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386세대의 친북 좌경사상이 일부 의식화한 전교조 교사들에게 그대로 전수됐다는 사실이다. 전교조 교사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시대적 모순을 단순히 계급 간 투쟁으로 보는 것이나, 폭력을 통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나, 대한민국 근대사를 폄하 왜곡하여 모두 수구 세력, 독재자로 몰아붙이고, 동맹국인 미국을 외세요, 적으로 여기면서도 북한에는 한없이 우호적인 그들의 모습이 80년대 좌경화한 대학생과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다. 광우병 사태를 통해 경험했듯이 386세대와 복사판처럼 길러진 전교조 세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아무쪼록 선배들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 시대를 온통 혼돈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던 공산주의의 망령에 더는 사로잡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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