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1-07-06 09:28:36 ]
서민 표 의식한 공화-민주당 힘겨루기
초일류 국가에 닥친 재무위기 어떡하나
“의회에 남으세요. 문제를 해결합시다.”
미 오바마 대통령이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의원들에게 휴가를 가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다음 달 2일 데드라인인 연방정부 채무 상한 증액에 관한 합의안을 내자는 것입니다. 상원 민주당 지도자 해리 라이드 의원은 이에 호응해 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의원들 휴가까지 막을 만큼 지금 미국 국가부채는 심각합니다. 아니 심각하다는 정도를 넘어 세계 초일류 국가라는 미국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국가 채무는 지난달 16일 법정 한도인 14조 294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미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하지만 미 재무부가 8월 2일까지 채권 발행을 유예해 놓은 상태여서 임시방편으로 버텨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상 최대 국가 채무 상태
미국 국가 채무는 지난 2007년 9월 28일 이후 하루 평균 39억 달러씩 늘어나고 있고 7월 1일 현재로 14조 34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시민 한 명이 4만 6000달러 조금 넘는 빚을 지고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의회가 8월 2일까지 채무 상한액을 올려주지 않으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디폴트,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게 미 재무부의 설명입니다.
시장에서도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에 대해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의회가 상한액 증액 협상에 실패하거나 미국이 정부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실제 신용등급이 아닌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하면서 압박감과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 상한을 높이려면 공화당 협조와 동의가 필수적인데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여기에 협조할 의사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적자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채무 한도를 올려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지출삭감 노력 없이는 부채 상한 증액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 전략을 염두에 둔 공화당의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내세워 정부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화당에 맞서 서민 표를 의식한 오바마와 민주당이 어떻게든 복지 예산을 지키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일 공화당을 압박하며 초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안개 속입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타격
하지만 지난 번 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위기를 넘겼듯 이번에도 대단히 어렵지만 막판에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미국의 디폴트 선언으로 미국 국채가 부도날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35번째 독립기념일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미국이 연방정부 폐쇄 위기에 이은 국가 부도라는 새로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8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