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경제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등록날짜 [ 2011-12-13 13:28:17 ]

무역 규모 1조원… 삶은 여전히 ‘팍팍해’
이제 빵만 키우지 말고 공생을 모색할 때

12월 5일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무역 규모 1조를 넘는 나라가 8개에 불과함을 고려하면 아시아의 작은 나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런 성장 신화를 이뤄낸 것은 놀라운 일이고 분명히 쾌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국민이 느끼는 고물가와 취업난 등 체감 경제와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의 고통은 국가적 성과를 쉽게 내 일처럼 기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제 한국이 세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무역대국이 되었으니 살기가 좀 편해지고 선진국 국민처럼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는 것은 그간 정부가 경제정책의 기조로 강조한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낙수 효과란, 큰 그릇의 물이 넘쳐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듯 대기업이 성장하고 부자들 소득이 증대하면 투자도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해 서민도 혜택을 본다는 경제이론이다. 각종 조세감면, 규제 완화, 대기업 지원은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가 지적하듯 경제가 성장할수록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지고 성장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수출 증대가 취업 유발과 내수 투자 확대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0조에서 53조 원으로 80% 가까이 늘었지만, 고용은 43만 명에서 48만 명으로 고작 10% 증가했다. 또 지난 10년간 상위 20%의 소득은 55%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35% 줄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비와 전기료 같은 공공요금 인상, 집세와 이자 폭등, 사교육비 증가가 겹치면서 가계부채만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빵이 커지면 모두 배가 부른 게 아니라 고용과 투자 없는 성장으로 말미암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양극화가 구조화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같은 외국 언론도 한국의 재벌중심 고도성장과 극심한 경쟁시스템이 빈부격차를 벌리고 삶의 질을 저하하여 사회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치권과 경제계는 동반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은 외면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는 것에 급급하다.

세계 경제 위기가 커지고 불황이 심화하자 미국에서는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 40명이 자신들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기부 약속’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이 운동은 전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외국 부자들이 이런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은 자신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 지원과 정책의 수혜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빌 게이츠도 “미국이 있었기에 큰 재산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성장의 열매를 나누어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보듯 경제 위기는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고 범죄를 확산하며 나라 전체를 파탄에 빠뜨릴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사회화합을 실현하고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하려면 사고방식의 전환과 상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지키는 율법에서 이러한 공생 지침을 많이 찾을 수 있다. 노예를 해방하고 잃어버린 기업을 회복해주는 희년 제도나 신명기 24장에 나오듯 가난한 자들을 위해 반드시 추수 곡식을 남겨두고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임금을 주라는 명령이 그것이다. 이제 성장만이 아니라 공생을 실현할 때다. 

위 글은 교회신문 <26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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