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크리스마스 전쟁

등록날짜 [ 2011-12-20 17:09:51 ]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도 사라지는 추세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성탄 인사말을 앞으로 듣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여러 종교를 지니고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특정 종교의 교주 이름(?)을 사용하는 인사말을 더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 때문에 기독교적 의미를 담은 전통적 인사말인 ‘성탄 축하합니다(Merry Christmas)’ 대신 다양한 종교와 신념을 존중하는 포괄적 인사말인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Happy Holiday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내셔널 트리 점등식에 참여했지만, 연설에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해피 홀리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하니 미국 사회 내에서 ‘크리스마스’가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크리스마스 전쟁’으로 부르는 이 인사말 논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실제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이 이렇게 바뀐 데는 기독교를 반대하는 진보주의 시민단체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들은 ‘의회는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자유로운 종교의식을 규제하는 어떠한 법도 제정할 수 없다’는 미국식 권리장전인 수정 헌법 제1조를 ‘교회와 국가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그래서 공공 장소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특정 종교 상징을 전시하는 것을 반대하고, 공립학교에서 하는 공중 기도, 종교의식, 묵상 등을 반대하는 등 기독교의 영향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견제했기에 이 인사말 논쟁에서도 유리한 여론을 이끌어 낸 것이다.

또 ‘Christmas’라는 말이 미국에서 힘을 잃어가는 주된 원인을 유대인에게서 찾기도 한다. 예수를 메시아로 믿지 않는 유대인에게 크리스마스는 이방인의 명절이기 때문에 ‘유대인이 신약 성경의 주인공인 예수를 대체하려고 산타클로스를 도입했다’거나, ‘UN이 그리스도 이름의 사용을 억제한 것도 유대인에게 조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주위를 돌아봐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흔하던 성탄 트리와 캐럴이 사라진 지 오래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아닌 ‘Season’s Greeting’이라는 새해 인사가 더 자연스럽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를 쫓아내고 그동안 동심을 사로잡던 산타클로스조차도 한물간 듯, 다양한 캐릭터가 난무할 뿐이다. 한마디로, 말은 성탄절이라고 하지만 그 속에 예수의 색채는 이미 다 빠진 지 오래다. 그렇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말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한편, 영적으로 볼 때 오랫동안 육신의 쾌락을 실컷 누리는 날로 성탄절을 짓밟아 온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형식적으로 남은 예수라는 말까지 박박 지워버리려는 것을 보면 분명히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영의 역사다. 예수 이름이 어지간히 두려운 모양이다. 그러니 예수 믿고 구원받자는 복음은 얼마나 듣기 싫을까?

예전에는 성탄절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스럽게 교회에 와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이제 그런 전도의 기회도 놓쳤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는 우리 기독교인의 잘못이다.

우리 교회에 예쁘게 장식해 놓은 대형 성탄 트리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것마저도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18:8)고 하신 주님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이것이 “인자는 어디에도 머리 둘 곳이 없다”(마 8:20) 하시던 예수님의 고독이 아닐까?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만은 주님을 외롭게 두지 않으리라 작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위 글은 교회신문 <270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