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학교폭력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등록날짜 [ 2012-01-26 15:50:48 ]

가해자도 또 다른 피해자일 수 있어
강경 대응 앞서 치료적 접근도 중요

최근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거나 학교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늘어서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학교폭력에 노출되는 나이가 초등학생까지 내려가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혹시 내 자식은 괜찮을까 노심초사하는 형국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학교폭력 실태를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더욱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학교폭력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 폭력이 점점 조직적, 지속적으로 확산하여 구조화하고 있고, 소수 문제아가 아니라 다수 학생이 관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폭력의 유형도 빵 심부름, 돈 상납, 물건 뺏기, 상습적 폭행, 게임 강요, 심지어 성폭행 등으로 범죄화하고 있으며 학생들 자체가 그룹으로 분화하여 학교 내에 힘의 계급질서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을 넘어 심지어 교사까지 폭력대상의 범위가 확대하여 교권이 추락하다 보니 이제 학교의 총체적 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이처럼 교육현장이 폭력에 물들자 사회 전체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 폭력을 지나치게 현상적으로 진단하여 관련 법규나 조치를 강화해 엄하게 폭력 행위를 처벌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개정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 같은 경우, 학생들 간의 따돌림이나 심부름 같은 항목을 새로 추가해 가해 학생을 전학시키고 치료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 처벌조항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에는 사법부나 경찰도 폭력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하며 공권력의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폭력 현상의 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처벌 위주 정책으로 폭력을 뿌리 뽑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나 피해 학생들이 뚜렷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 만성화하여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그 가해자 역시 누군가에 의해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정착하는 구조다.

한 조사를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 44%는 과거 비슷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으며 피해자 54%도 과거 가해자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폭력이 발생해도 이를 당연시하고 피해자가 맞을 만한 짓을 했다든가 아니면 힘이 없어 당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여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두 명을 엄벌해도 또 다른 가해자가 그 자리를 채우는 식으로 폭력이 되풀이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설문조사를 따르면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난이거나 자기 분풀이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폭력에 대한 우리 청소년의 의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단절하려면 폭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다른 학생의 처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치료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안산에 있는 청소년비행센터에서는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데려다 교육할 때 서로 역할을 바꾸어 연극을 하며 피해자의 처지를 공감하도록 유도했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상황극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번갈아 해보면서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폭력의 해악을 배우는 것이다. 몸의 병을 치료하려면 병의 뿌리를 제거해야 하듯 이제 폭력문제도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물리쳐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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