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이란·파키스탄, 위험한 거래

등록날짜 [ 2012-02-08 13:28:59 ]

미국의 이란 제재 문제를 두고 세계 각국이 고심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기싸움하며 버티고 있고, 일본은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보려고 미국에 예외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유가 급등 걱정 때문에 제재안을 통과시켜 놓고도 우물쭈물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강한 제재 동참 요구와 이란의 경고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다. 한국 주재 이란 대사는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면 “상호주의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했다.

제재의 핵심은 이란 핵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은 1950년대 모하메드 레자 샤 정권 시절 미국의 지원 아래 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시 샤 정권은 우라늄 농축시설과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짓겠다는 야심을 갖고 핵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미국은 친미 정권인 샤 정부를 키워 중동의 방패막이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이슬람 혁명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 핵 프로그램을 샤 정권에는 허용했지만, 이슬람 정권에는 금지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었고 이란은 이라크와 전쟁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결심한다. 그러면 이란의 핵개발이 한국과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까?

바로 북한이 연결고리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나라가 이란이다.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戰) 당시 북한에서 스커드 미사일 100기를 사들이면서부터 북한과 대량살상무기 분야에서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되었다. 미사일 협력은 시간이 흐르며 핵 협력으로까지 나아갔다. 이란이 북한에 돈과 석유를 대고 북한은 극도의 식량난, 경제난 속에서도 이란의 지원 아래 미사일을 개량하고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켰다.

이란은 샤하브 미사일 시리즈를 모두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이제 이란은 중동에서 최강의 미사일 전력 보유국이고 북한 미사일 전력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강하다. 또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 노하우와 데이터를 이란에 제공했고 북한 기술자들이 이란의 핵실험 준비를 돕고 있다는 외국 언론보도도 나왔다.

파키스탄은 어떤가? 1947년 힌두교인 인도에서 독립한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줄곧 압도적인 전력을 지닌 인도에 국가 존망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1971년에는 동파키스탄이 인도의 지원 아래 방글라데시로 독립해 떨어져 나가고, 1974년 인도가 핵실험을 하자 파키스탄은 국운을 걸고 핵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줄피카르 부토 수상은 “풀을 먹어도 핵은 개발하고 말겠다”며 해외 과학자들을 모아들였다. 이 때 참여한 과학자가 네덜란드의 우라늄 농축회사에서 일하던 ‘A.Q. 칸 박사’였다. 칸 박사는 자신이 일하던 ‘유렌코‘라는 회사에서 첨단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부품 공급처 등을 훔쳐 나와 10여 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핵폭탄을 안겨주었고 파키스탄의 ‘국민적 영웅’, ‘이슬람 폭탄’의 아버지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럼 파키스탄은 북한과 어떤 관계인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지원한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칸 박사는 일찍이 1980년대 후반 혹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미사일 기술을 들여왔다.

당시 파키스탄은 인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 미사일이 절실했다. 줄피카르 부토 수상의 딸 베나지르 부토 수상은 1993년 11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핵-미사일 거래를 성사했다. 다리를 놓은 것은 칸 박사였다.

돌아보면 북한은 당시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을 두고 벼랑 끝 전술을 펴며 국제사회와 대치하는 이면에 파키스탄 지원 아래 우라늄 핵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010년 말 미국 스탠퍼드대 해커 박사가 이끄는 미 대표단에게 보여준 원심분리시설은 바로 파키스탄의 지원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북한은 이제 우라늄 핵폭탄과 플루토늄 핵폭탄을 모두 만들 능력을 지닌 것이 확실시된다. 이념과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세 나라가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중동지역과 서남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안보를 회복 불가능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27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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