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5-15 13:43:39 ]
습관성 거짓말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와 연관
스스로 합리화하지 말고 죄를 죄로 인정해야
박사논문 표절,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뇌물수수, 성추행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된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관련자가 억울하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졌다는 점이다. 물론 진실이 드러났다고 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졌다는 보도를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기존 정치를 혁신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선 진보정당이 비례대표 선거부정 논란과 정파 갈등으로 서로 죽일 듯 싸운다는 추한 소식이 들려온다. 임기 말로 가면서 정부의 도덕성도 바닥으로 추락했는데 다시 불거진 광우병 사태를 둘러싼 대립에서 보듯 이제 정부 정책과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
그뿐인가. 각종 전화 금융사기, 쇼핑 사기, 식료품 원산지 위조 등 일상 삶에서도 속임수와 사기가 늘 되풀이되면서 이제 정말 아무도 믿을 수 없구나 하는 자괴감만 든다.
개인들의 사소한 시비조차 CCTV를 대조하지 않으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며 남에게 책임을 돌린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추해졌을까?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악하거나 살기가 어려운 탓만은 아니다. 이언 레슬러라는 학자는 원래 인간의 DNA는 거짓말하는 능력을 이미 포함하고 있으며, 거짓말하고 남을 속이는 것은 고등동물이나 인간의 보편적 본성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만 5세가 넘으면 95% 이상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이 생존을 위해 거짓말하는 것이 유전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해도 이런 행동을 당연시할 수 없는데, 그 피해가 너무 크고 인간 가치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하는 거짓말도 나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상투적 거짓말과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이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발생한 수원 살인 사건은 경찰이 부실수사와 초기 미숙한 대처의 책임을 면하고자 통화녹음까지 숨기고 거짓발표로 일관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찰은 피해자가 납치된 직후 112를 통해 긴급 구조를 요청했지만, 통화가 너무 짧아 피해자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녹취록이 공개되자 실제 통화가 7분 넘게 이어진 사실이 밝혀지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점이 드러났다.
비슷한 사건이 최근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제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잘못을 감추고 쉬쉬하는 풍조가 만연한 지경이다. 도대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경찰 조직조차 이렇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혹자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남을 기쁘게 하거나 갈등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예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일단 거짓말에 익숙해지면, 정도(正道)보다는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며, 나중에는 전혀 거리낌 없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미국 심리학자 찰스 포드가 연구한 바를 따르면,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비롯했어도 거짓말을 하는 심리에는 남을 속이고 우월감을 느끼면서 상대를 지배하려고 하는 공격성과 권력욕이 깔렸다고 한다. 또 거짓말로 남을 속이는 사람은 그 효과를 높이려고 점점 더 고도의 심리적 전술을 구사하여 거짓말은 점점 커지게 된다.
많은 경우 습관성 거짓말쟁이 중에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인이 많다. 이들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이 피해를 봐도 후회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성경은 마귀를 일컬어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요8:44)고 묘사한다. 누군가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그 사람의 직업, 종교, 평판이 어떠하든 이미 마귀에 속한 자다.
위 글은 교회신문 <28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