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이란은 과연 핵을 포기할까?

등록날짜 [ 2012-06-05 19:35:07 ]

지난 10년간 북한이 보여준 협상 전략 벤치마킹하는 듯
국제적 압박에도 30년간 이어온 핵무기 개발 계속할 것

지난 5월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제재(制裁) 해제를 요구하는 이란과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포기, 즉 핵개발 포기를 요구하는 서방 측의 견해가 평행선을 달렸다. 2002년 8월, 이란의 반체제 단체 NCRI(이란 국민저항위원회)가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의 비밀 핵개발 계획을 폭로한 이후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서방 측과 이란은 핵 협상을 벌여왔지만 성과는 없고 이란은 핵개발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이란 핵 협상 과정을 보면 북핵 문제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회담 참가국 수부터 그렇다. 북핵 6자 회담 참가국은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이고 이란 핵 협상 참가국은 EU-3로 불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과 미국, 러시아, 중국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과 이란 핵 협상에 모두 참가하고 있다.

이란은 국내적으로는 핵무기 개발 의도를 숨기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로는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을 주장하며 서방 측 협상국들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강경한 자세로 핵 폐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EU-3는 미국의 태도에 불만스러워하며 이란이 핵을 보유해도 당장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인식 아래 협상에 미온적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의 핵개발을 방조하거나 은밀하게 지원하며 미국과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1, 2차 북핵 위기를 통해 북한이 보여준 협상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정황이 보이고 있다. 이란 핵 문제보다 10여 년 앞서 전개된 북한 핵 문제를 지켜보면서 이란은 두 차례 핵실험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북한을 보았다. 벼랑 끝 전술을 펴며 끝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수그러들고 현실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미국을 보았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을 무른 초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핵개발 초기에는 핵개발 의혹을 극구 부인하다가 역량이 갖춰지자 갑자기 핵 보유를 내세우며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을 보았다. 북한은 1차 핵 위기 당시에는 핵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영생하는 신’으로 추앙하는 김일성까지 들먹이며 극구 부인했다. 2차 핵 위기 당시에는 “우라늄 농축을 아는 과학자도, 기술도, 의지도 없다”며 우라늄 농축 의혹을 7년 동안이나 완강히 부인하다가 2009년 6월 갑자기 우라늄 농축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수년 동안 북한의 부인이 얼마나 일관되고 강했던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혼란이 일어서 남남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6자 회담 참가국들도 북한의 의도에 말렸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북한의 전략적 속임수였다. 북한은 이제 헌법에도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다.

이란 역시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이란은 친미 샤 정권 시절인 1970년대 시절부터 이미 극비리에 국가적 과제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더라도 핵개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1980년대 이라크와 벌인 전쟁을 통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자신의 핵개발 목적이 평화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고 지도자 카메네이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할 때는 핵무기 개발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지만, 국제사회에 대해 말할 때는 평화적 목적이라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기할 거면 뭣 하러 개발했겠습니까?”라는 어느 북한 관료의 말처럼 이란도 포기를 전제로 핵개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30여 년 동안 핵개발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자금과 인력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몰락은 핵을 포기하고 서방과 대결하면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카다피는 더더욱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갔다. 이란이 순순히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위 글은 교회신문 <2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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