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훌] 청소년 자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등록날짜 [ 2012-06-12 11:46:42 ]

우리나라 어린이 행복지수 OECD 중 최저
자녀 처지에서 생각하고 돌보는 마음 중요

최근 대구에서 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요즘 들어 청소년 자살 소식이 부쩍 뉴스를 타지만 새삼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진작부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고질적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자료를 보면 초중고교생 자살 건수는 해마다 100건을 넘는데 2009년 202명, 2010년 146명이 자살했다. 대학생 자살 건수는 해마다 200건 이상이 발생하는데 이 둘을 합치면 연 400명 이상, 하루 평균 청소년 1.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참으로 끔찍한 수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면 청소년 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기록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10년 한국방정환재단이 발표한 ‘2010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은 ‘현재 삶에 만족하는가?’란 질문에 53.9%만 ‘그렇다’고 응답해 조사 대상 26개국 중 꼴찌 수준이었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94.2%)보다 40.3% 낮고, OECD 평균(84.8%)보다는 30.9%나 낮다.

또 다른 조사를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절반 가까운 48%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살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고통을 겪지만, 누구와도 상담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69%에 이른다. 한 주간지가 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라서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대단히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그 시기에 겪는 여러 고민을 청소년 처지에서 이해하고 도와주기보다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이들의 나약함을 비판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도모하지 않는 것이 큰 원인이다.

“사람이 성장하다 보면 다 그런 아픔을 겪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 말고 지금은 공부만 신경 써” “시간이 흐르면 내가 왜 그렇게 사소한 일로 고민했을까 싶은 거야” 하고 말하며 청소년이 겪는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내버려두는 것은 사태를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자녀가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여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전문가를 찾거나 치료받게 하는 부모는 2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부모의 기대와 목표를 아이에게 강요하며, 부모의 시각에서만 아이들을 관리하고 아이의 좌절과 실패를 다그치면서도 부모의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냉철히 자문해 보아야 한다.

한국 청소년 상담원의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이 가장 많이 상담한 내용은 가족 문제였다. 부모와 대화가 안 되고 갈등이 생기는 큰 이유는 부모가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며 아이들을 미숙한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살한 학생들 부모도 아이가 죽고 나서야 자기 아이가 얼마나 큰 괴로움과 외로움 속에서 남몰래 고통을 겪었는지 알고는 만세지탄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발달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말한 것처럼 청소년기는 급속한 신체적 성장과 또래와 어울림 속에서 자신과 관련한 고민인 ‘자아정체감’ 위기를 크게 경험하는 시기다. 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를 특정한 방향으로 성장하게 하기보다는 우선 아이의 고민과 생각 자체를 존중하며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는 하나님의 선물이자 존중하며 돌봐야 할 대상이지 내가 깎고 다듬어서 어떤 형태로 창조할 사물이 아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29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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