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07-10 10:16:04 ]
정치 세력 규합보다 중요한 건 안보와 국방
지난날 잘못을 되짚어보면 오늘이 보일 것
#1. 일본이 임진왜란에 동원한 병력은 1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몰고 온 선발대만 2만 명이었다. 조선은 신립의 군사 8000여 명이 탄금대 배수진에서 수장(水葬)한 이후 군사가 고갈해 가도(街道)를 평양성까지 일사천리로 내줬다. 살육과 기아로 전란 동안 조선 인구가 3분의 1이나 줄었다는 얘기도 있으니, 10만 양병을 포기한 대가는 10만 목숨 그 이상을 빼앗아갔다. 물론 살아남은 백성도 산목숨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사대부들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국방보다 외교가 값싼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종이 신기전(神機箭)을 개발할 때 “명(明)과 관계를 대결구도로 치닫게 한다”며 반대한 것도, 효종이 북벌(北伐)을 주장할 때 “그러다가 나라가 망하면 어쩌느냐”고 치받은 것도 그들이었다. 강군(强軍)을 바탕으로 중립외교를 추진한 광해군을 내쫓을 때 내세운 첫째 명분도 “대국(大國)에 죄를 지었다”는 것이었다. 오늘로 말하면, 그들은 권력에 대항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착실히 챙긴 좌파였던 셈이다.
#2. 그들은 임금들이 내놓은 부국과 강병책을 왕권 강화를 위한 구실로밖에 보지 않았다. 오히려 부국강병을 포기하는 것으로 평화와 생존을 보장받으려 했다. 그러다가 왜란(倭亂)이 끝난 뒤 불과 38년 만에 호란(胡亂)의 참화를 당하고, 호란이 끝난 뒤 273년 만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왜란과 호란이라는 끔찍한 전쟁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도 국방과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실리를 저버리고 명분에만 치우쳐 자신의 정치 세력만 키운 사람은 어제나 오늘이나,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존재한다.
요즘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와 문약(文弱)은 우리 역사에 박힌 유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해군기지 건설은 주변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는 주장이나, 군사협정과 관련한 여러 국가기밀을 파헤치려는 정치인들의 의도와 주장은 “명과 관계를 대결 구도로 치닫게 한다”며 반발하던 300년 전 좌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그들이다. 부국도, 강병도 다 싫다는 것이니 그들이 집권하면 대체 무엇으로 국가를 지키고 무엇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역사 공부는 중요하다. 이미 역사 과목이 학생들에게 필수가 아니라 선택 과목이 된 지 오래다. 지금이라도 모든 학생이 우리 역사를 바르게 알아야 잘못된 사상과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테니 올바르게 교육해야 하겠다.
#3. 최근에 종북좌파의 실체가 뻔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국민보다 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군사독재정치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악독한 북한 세습독재정치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국제 정세를 알고나 있는지 답답하기가 그지없을 정도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세력 규합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은 과연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세력 규합을 하는 사람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역시 역사 교육은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치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였던 셈. 일반 백성은 늘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전쟁이 나도, 경제가 파탄이 나더라도 아무런 힘을 보일 수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역시 정치인은 특별한 사람들이기는 하나 그 정치인을 뽑는 사람은 국민이기에 그 위상이 훨씬 높아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나라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다면 정치인들의 노림수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으니, 모두 바른 교육과 생각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민도(民度)가 그리 낮은 국민이 아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역사를 되짚어보며 미래를 생각할 때다.
위 글은 교회신문 <29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