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동아시아 영토 분쟁과 한국

등록날짜 [ 2012-10-09 10:26:38 ]

중국은 이어도를, 일본은 독도를 문제 삼고 일어나
미국과 얽힌 세력 싸움에 절묘한 균형 감각 필요해

동아시아가 영토 분쟁의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중국, 일본, 타이완이 벌이는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을 필두로, 러시아와 일본의 쿠릴 열도 분쟁,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6개 나라가 관련한 난사군도(南沙群島, 스프래틀리 제도) 분쟁, 중국과 인도의 영토분쟁, 중국과 파키스탄과 인도가 개입한 인도 북부 카슈미르주 분쟁 등, 분쟁지역을 꼽기도 벅차다.

우리나라 독도와 이어도도 분쟁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더구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유럽 등에 비해 민족주의 성격이 강해 영토나 주권이 관련한 문제에 관한 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는 영토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전망을 더 어렵게 한다.

여기에 더해 분쟁지역에 매장된 대량 천연자원은 분쟁 당사국들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유를 더해 주고 있다. 한 중국 전문가에 의하면 댜오위다오 일대가 분쟁 지역화 된 때는 1969년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가 조어도 부근 해역에 대규모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 전문가가 발표한 바로는 이때부터 댜오위다오 일대가 일약 황금지대로 변모하며 분쟁지역으로 급부상했다. 타이완 마잉주 총통도 2010년 10월 연설에서 솔직하게 밝혔듯이 중국과 일본과 타이완 등이 댜오위다오를 두고 다투는 진짜 원인은 석유 때문이다. 동중국해의 석유 매장량은 흑해 유전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유뿐만이 아니다. 동중국해의 춘샤오 가스전은 면적이 홍콩 두 배 반 정도 되며, 일본이 100년은 사용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앞으로 일본이 수백 년은 너끈히 사용할 망간과 코발트, 니켈 등 광물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자원 빈국 일본이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자원에 굶주린 중국도 마찬가지다.

댜오위다오가 자원의 보고라는 것이 이미 40여 년 전에 알려졌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분쟁이 격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과 미국과 일본의 상대적 쇠퇴가 그 배경이다. ‘부상하는 중국’과 ‘지는 일본’으로 대변되는 동아시아 힘의 분포에 변화가 일면서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되찾겠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댜오위다오 분쟁을 중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절호의 전략적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과 일본의 분쟁이지만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각각 항공모함 편대를 파견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남해함대를 동원해 미국과 일본과 베트남 등에 맞서 긴급 전쟁 준비 훈련을 했다. 이제 댜오위다오, 센카쿠 열도 분쟁은 단순한 중.일간 영토분쟁을 넘어서 동아시아와 세계 정세에서 미.중간 패권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중국과 타이완이 합세하여 일본과 미국에 대항하는 형국이 된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은 한국에 어려운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미국과 일본,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끼어 편들기를 강요당할 수 있다.

또 중국이 이어도를, 일본이 독도를 문제 삼는 상황에서 한국은 삼중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또 남북관계까지 관리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동아시아 영토 분쟁의 격랑 여파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변화가 일으킨 영토 분쟁에서 절묘한 균형 감각과 전략적 선택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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