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2-10-16 11:34:10 ]
초대교회 성도처럼 한마음과 한뜻 되어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배려 우선해야
학교 근처에서 식사하다 우연히 뉴스를 봤다. 가을이 되면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산꼭대기에서 119에 긴급전화를 해 구조 헬기가 자주 출동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심각한 부상을 당하거나 험지에 고립되어 헬기 호송이 불가피한 때가 있지만, 단순히 몸이 아파 하산이 힘들거나 무리한 등산 후유증 때문에 헬기 수송을 요청하는 일이 최근 많아졌다고 한다.
당사자들이야 아주 절박할지 모르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며, 한정된 장비와 인원으로 긴급구조를 담당하는 산악구조대를 개인 편의를 위해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뉴스 기자도 이런 일로 헬기 출동이 잦으면 정작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고, 개인의 실수를 국가기관이 수습함으로써 세금을 낭비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유사한 사례는 아주 많다. 문이 잠겼다고 열쇠 수리공이 아니라 119를 부르거나 차 기름이 떨어졌다고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 개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공공화장실 휴지를 마구 쓰거나 물을 아껴 쓰지 않는 것도 비슷한 태도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공공의 것과 긴급한 경우를 위한 공공서비스가 ‘공짜’라고 잘못 인식하기 때문이다. 미국 생물학자 하딘이 말한 ‘공유지의 비극’은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한다.
한 목초지를 공동체 전체가 이용하는 공유지로 지정해 놓으면,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공유지에 더 많은 가축을 방목하고 그 빈도가 점차 증가한다. 이러다 보면 갈수록 가축이 늘어나 마침내 공유지가 파괴되어 결국 공동체 전체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 하딘의 주장이다. 개인이 각자 이익만 생각하고 공동체 전체 재산을 아끼지 않다 보면 나중에는 개인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몫도 실종하기 때문에 더욱 합리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딘의 주장은 개인의 이윤 추구가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론이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공공의 것에 대해 구성원들이 좀 더 성숙한 태도를 지녀야 함을 알 수 있다. 단지 윤리적 당위 때문에 공공의 것을 아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 더욱 합리적 지혜가 상생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의 낭비는 다른 곳의 손실을 주며, 누군가 손해를 보면 각 개인은 이를 벌충하기 위해 더욱 이기적 행동을 하기에 마침내 모두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의 것은 아끼면서 공공의 것을 마구 낭비하거나 더럽히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으면, 결국 그 손해가 내게도 미치는 것이 사회 법칙이다. 이런 태도는 교회 같은 자발적 공동체에는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데, 이 이유는 국가처럼 어떤 법이나 제도를 통해 사람들을 무조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대교회를 보면 믿는 무리가 한마음과 한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었다는 말이 나온다. 공동체가 이렇게 사랑으로 결속하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면서 갈수록 그 무리가 커졌다고 성경은 말한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정신이고 그리스도의 마음이다.
사람은 본래 이기적 본성을 가지고 있기에 내 입장을 우선 생각하고 각자 이익을 추구하지만, 공동체의 선을 이루고 모두 공생하려면 이기심을 억제하고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앙을 부르짖고 사랑을 말하기에 앞서 교회 비품부터 내 것보다 아끼고, 다른 지체들을 배려하며 공동체의 선을 쌓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그리스도인들이 솔선해 사회로 확대해야 한다.
위 글은 교회신문 <309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