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3-01-08 11:58:06 ]
미국과 갈등 관계 유지하면서 군사 협력도 지속적
대(對)이란 정책 빠진 상태에서 북 비핵화 어려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북한과 이란의 밀착 관계다. 동북아와 중동이라는, 지리적으로 먼 북한과 이란이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또 정치, 경제, 사회 거의 모든 면에서 공통점을 찾긴 어렵지만, 둘도 없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이질적인 두 나라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이 이끌고 있다는 점,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며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 국제정치적 영향력은 약하지만 서구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제사회에서 가장 고립돼 있다는 동병상련 때문인지 두 나라는 기회 있을 때마다 우의를 과시해왔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두 나라를 나란히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후부터는 더욱 밀착해졌다. 하지만 두 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북-이란 협력 관계가 공론화할 때마다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로 이런 기조도 바뀌었다. 양국 협력 관계를 드러내놓고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양측 외교사절단은 2010년부터 해마다 상대국을 교환 방문하고 있다. 또 북한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2011년 2월 이란을 방문해 이란 모하메드 레자 라히미 부통령과 회견하는 자리에서 “북한과 이란은 오만한 적과 맞서 싸우는 데 같은 참호에 있다”고 말했다. 라히미 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협력이 “오만한 적에게는 ‘눈엣가시’와 같다”며 화답했다. 여기서 ‘오만한 적’은 물론 미국일 것이다. 두 나라는 공동운명체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 노동신문은 지난해 2월 12일 “평화적 핵 활동을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로 간주하는 이란과 그것을 눈에 든 가시처럼 여기며 동맹국까지 동원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 어느 쪽이 정의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며 이란 핵 개발을 적극 옹호했다.
이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취임에 축전을 보냈고, 이란 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 노선’을 설명한 작품을 김 위원장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과 이란의 동맹관계는 이렇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속에서 한층 강화하는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과 이란 관영 IRNA 통신이나 이란 TV 등 이란 매체에만 나오는 북-이란 교류협력 사례는 수없이 많다. 양측 매체에 나타나는 사례를 보면 두 나라 간 협력이 사회·문화 등 비군사적 분야로까지 확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란은 북한뿐 아니라 한국과도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란은 한국의 주 원유수입국이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이란으로서는 한국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란은 대외적으로는 “남북한과 모두 우호적이고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표명해왔지만 최근 들어 한국과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한국에 절대로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이란, 그리고 북한-이란 협력에 관한 관심은 미미하다. 정부 차원의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고 전문가들의 관심도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북-이란 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對)이란 정책이 빠진 북한 비핵화, 얼마만큼 달성 가능한 목표일까?
/이웅수 집사
KBS 국제부 기자
교회신문 편집실
위 글은 교회신문 <320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