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주적개념 상실로 인한 안보 불감증

등록날짜 [ 2013-02-19 16:46:09 ]

조건 없이 퍼주기만 했는데도 남는 건 배신
이제는 감상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할 때

1986년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는 대학교 1학년생은 문무대, 2학년생은 전방입소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대학생들에게 분단국가의 현실을 체험케 하여 안보관을 확립시키기 위해서였다.

휴전선 철책 너머 북한을 바라보며 군인들과 함께 경계근무도 서면서 안보교육을 받았다. 전방입소 교육이 끝나가던 날, 강당에서 강연을 듣고 있었는데 강사 분이 북한을 계속 주적(主敵)이라고 언급하자 갑자기 한 학생이 벌떡 일어나 “왜 북한이 우리 적입니까? 그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 동포입니다”라고 외쳤다.

시위 현장에서나 나오는 과격 발언이 전방에서 장성급 교관의 연설 중에 거침없이 터져 나왔으니 다들 난감해했다. 다행히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침묵했던 많은 학생들이 내심 그 학생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전쟁 상황이 점점 고착되는 원인이 미국 때문이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군부독재 정권이 정권 유지를 위해 ‘반공(反共)’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통일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고 이미 의식화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북한에 대한 안보 불감증은 이미 이때부터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이 들어섰다. 그때부터 햇볕정책으로 유례없는 대북지원이 활성화되었다. 급기야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을 만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곧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후임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대북심리전을 중단하게 하고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삭제하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주적개념이 무너지자 한미연합사 해체, 미군 철수, 북한이 주장하던 고려 연방제 통일과 같은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이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도 이런 일들이 위험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이미 주적개념 상실로 무장해제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좌파정권 후 대북지원이 끊어지자 그들은 연평도 폭격, 천안함 폭침, 민간인 사살 등 노골적인 무력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더 공인분노할 일은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했던 지원물자를 가지고 그동안 핵무기를 만들어 왔고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일에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일은 터졌다. 지난 2월 13일 3차 핵실험 강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최악의 안보 위기 상황까지 몰리고 말았다. 주적개념까지 포기하면서 조건 없이 북한을 지원한 결과가 결국 핵무기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북한 3차 핵실험 규탄의 소리가 높아지면서 북한 핵을 옹호했던 과거 두 대통령의 발언에 거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한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 내가 보장하겠다”고 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우리가 잘 해주면 북한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무지의 소치였건,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었던 이들이 북핵에 대해 국민 앞에 했던 수많은 말은 다 빗나갔다.

이제 북한과 종북세력들이 내세우는 ‘민족’은 북한의 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박정희 대통령이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한 말이 북한에게는 딱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사람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속히 감상적 민족주의를 버리고 안보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도 베트남처럼 자멸하고 말 것이다. 빨리 안보 불감증에서 벗어나 이 나라를 위해 기도에 매진해야 할 때임을 명심하자.

 

/장항진 목사
도서출판국장

위 글은 교회신문 <32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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