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우리를 치유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

등록날짜 [ 2013-03-20 15:57:21 ]

십자가의 고난은 우리를 향한 긍휼과 사랑의 증표
고의적으로 죽으신 그 사랑을 인류 모두가 누리길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뜻하지 않은 시련을 자주 맞이한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예외가 없다.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폐허만 남듯, 고난과 시련은 너무 큰 상처를 주며 우리를 무너뜨린다. 그때 “하나님, 과연 어디 계십니까?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겨야 합니까?”라고 사람들은 절규하며 하나님께 답을 구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질문에 답해 주시기보다 묵묵히 보여 주시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제일 먼저 손과 옆구리에 난 상처를 보여 주셨다(요20:20). 그런데 그 자리에 도마만 없었다. 도마는 무슨 일이든 명확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품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예수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고 고백한 제자이기도 했기에 자신이 없을 때 예수께서 왔다 간 사실이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고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20:25)는 말도 그런 서운함 때문에 홧김에 내뱉은 말일지도 모른다.

예수께서는 이런 도마의 마음을 아셨는지 여드레 후에 다시 나타나셨다. 그리고 도마에게만 집중하시며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요20:27)고 말씀하셨다. 도마의 오해는 순식간에 깨끗이 풀렸다. 그런데 그 순간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20:28)라는 도마의 고백이 더 놀랍다. 예수를 하나님이라고 부른 사람은 복음서를 통틀어 도마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마16:16)이라고 고백한 베드로보다 더 엄청난 고백을 한 것이다.

그런데 왜 도마는 주님의 손과 허리에 못 자국 난 상처를 보고 이런 고백을 했을까? 왜 그것이 예수를 하나님이라 부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까? 추측건대 예수의 상처를 직접 손으로 만져본 도마는 ‘하나님이신 분이 어떻게 이런 고통을 당하실 생각을 하셨을까? 꼭 이렇게 하셔야 했을까?’라며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직감한 것이다.

전능하신 하나님이 스스로 낮아져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고 인간과 연합을 이루려는 경이로운 사랑 앞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6~8)는 바울과 같은 경험을 도마도 한 것이다.

하나님은 굳이 십자가를 지지 않으셔도 인간의 죄를 해결하실 수 있는 전지전능하신 분이다. 그런데도 육신을 입고 오셔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가하는 십자가 형벌과 죽음을 고의로 택하신 이유는, 합법적으로 인간의 죗값을 갚으시는 것과 더불어 우리와 함께 고통을 직접 나누고 싶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죄로 말미암은 우리의 저주와 고난과 영원한 사망의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고 십자가를 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인간과 함께 고통과 아픔을 나누려 했다는 사실이 그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말이다. 함께 아파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긍휼이요, 사랑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에 난 그 상처는 이 긍휼과 사랑의 증표다.

고난 속에서 우리는 “왜?”라고 하나님께 묻기 전에 지금 이 고통의 현장에서 “나도 십자가를 졌다”며 긍휼과 위로를 베푸시는 주님을 먼저 만나야 한다. 그렇게 주님과 함께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상처가 치유된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이 예기치 못한 고난과 상처 속에서 슬픔을 겪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손에 난 못 자국과 허리에 난 상처를 보여 주시며 함께하길 원하신다. 모든 이가 이 사랑의 손길을 놓치지 않고 다 잡았으면 좋겠다.


/장항진  목사
출판국장

위 글은 교회신문 <33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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