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날짜 [ 2014-01-28 13:07:51 ]
지난해 12월, 영국의회는 세계적으로 기독교 박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인이 11분마다 1명꼴로 피살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기독교가 가장 박해받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최근 미국 국제기독선교단체인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전 세계 기독교박해국가 50개 나라를 발표했다. 최상위 10개국에 북한,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몰디브, 파키스탄, 이란과 예멘이 포함돼 있다.
이 중 북한은 12년째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기독교 최대 박해국인 이유가 있다. 북한은 통치자를 신격화·우상화하고 독재체제를 유지하려고 기독교를 정권의 최대 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서구에서도 통치자에 대한 신격화·우상화를 이유로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로마제국 시대다. 황제를 ‘절대권력’으로서 신처럼 숭배하던 그 시절, 황제 일곱 명이 기독교를 탄압했다. 이 중 네로와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기독교인을 혹독하게 핍박한 황제들로 악명 높다.
AD 54~68년 사이 재위한 네로는 로마의 기독교 박해 서곡을 울렸다. 당시 로마 전역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그 책임을 기독교인에게 뒤집어씌워 사자 밥이 되게 했다. 십자가에 매달거나 화형에 처하기도 했다. 이때는 초대교회 시대로 바울과 베드로가 순교한 시기일 것이다. 3세기 말∼4세기 초 재위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기독교인을 가장 잔혹하게 탄압했다. 기독교 병사에게 신앙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며 모든 기독교인에게 황제를 숭배하고 로마신에게 제사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를 거부한 사람은 모조리 고문하고 처형했다.
그러나 아무리 박해해도 기독교 신앙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콘스탄틴 황제는 박해를 끝내고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삼았다. 로마제국의 박해는 크리스천 개개인에게는 참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그들이 치른 희생은 전 세계 교회 부흥의 반석이 되었다.
통치자를 신격화하고 개인 숭배하는 절대왕조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그 잔학성이 로마제국 이상이다. 최근 김정은 우상화가 시작된 후 북한 내 기독교인 탄압은 더욱 잔혹해졌다. 탈북자들은 지하교회에서 예배드리던 신자를 붙잡아 모진 고문을 가하거나 심지어 공개처형 한다고 증언한다. 또 일부는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 중노동에 시달리게 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성경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형하는 반인륜적 탄압을 서슴지 않는다. 1999년 북한에서 1년간 처형된 4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 내 기독교인 수를 총인구 2400만 명의 2퍼센트인 48만 명으로 추산하고, 그중 최소 5만 명 정도가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된 것으로 예상한다. 탈북자 이순옥 씨가 수용소 실상에 관해 증언했듯이, 교도관들은 기독교인들이 수령을 믿지 않는다 하여 망치로 내리쳐 뼈를 부러뜨리거나 용광로 쇳물을 부어 죽이는 그야말로 끔찍하고 참혹한 악행을 일삼는다. 이처럼 그들의 온갖 만행의 잔학성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아시아에서 다른 공산국가인 중국, 베트남, 라오스는 급격한 세계화 속에, 사회 안정을 위해 기독교인에 관한 태도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유독 북한만이 기독교인에게 잔혹한 박해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상숭배가 하나님께 가장 큰 죄를 짓는 행위기에 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기독교인이 북한 입장에서는 김일성·김정일 개인숭배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암적인 존재인 것이다.
기독교에 대한 핍박이 증가한다는 것은 신앙이 좌절되지 않고 교회가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극심한 핍박으로 교세가 일시적으로 쇠약해지는 것 같지만 결국 집요한 생명력으로 신앙의 부흥, 교회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 로마 역시 황제들이 박해를 가했는데도 결국에는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가. 미국의 또 다른 국제선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는 “북한 당국의 탄압과 감시에도, 북한 내 크리스천 수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핍박과 시련은 믿음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소망을 향해 연단시키고 굳세게 한다. 박해받고 순교한 북한 크리스천들이 흘린 피와 값진 희생으로 북한은 분명 변화할 것으로 믿는다.
/문심명
국회사무처 재직
제29남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371호> 기사입니다.